5대 금융지주가 3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른바 ‘빚투’ 열풍에 대출이 크게 늘면서 이자수익이 쏠쏠했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이자로 벌어들인 액수는 3분기까지 3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핵심계열사들도 대부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기업 동향과 전망-KB금융 신한금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융지주사체제에서 포트폴리오의 위력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웬만한 시장환경 변화에서는 끄떡도 하지 않을 체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가운데 위기를 겪는 이들이 늘고 있고 자산시장 양극화 속에서 집값, 전세값에 허덕이는 서민들도 많다.

금융권이 일제히 ESG경영을 외치고 실천에도 힘쓰는 마당이다. 주인 없는 금융회사들이 장사를 잘한 것도 좋지만 벌어들인 이익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고 실적을 쓴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너무 실적이 좋아 웃을 수도 없고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11월은 물론 연말까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의지는 단호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는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이 현장에서 그대로 지켜질 지는 알 수 없다. 정책이 개인의 사정까지 세세하게 살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월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주열 총재는 국감에서 11월 금리인상을 하기에 경제흐름에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돼 내년 말까지 1.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는 돈이 필요한데 대출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이자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푸념하고 있다.

이자가 올라봐야 얼마나 오르겠냐며 당장 돈이 필요 없어도 무조건 대출 받아놓으라는 말까지 들리는 요즘이다. 은행 대출 받는 게 조만간 ‘오징어게임’처럼 될지도 모른다면서. 탈락하는 즉시 아웃되는 머니게임 말이다.

◆ KB금융지주, 윤종규 3분기 누적과 분기 기준 리딩금융 지켜 

- KB금융지주가 3분기 누적과 분기 기준 모두 리딩금융을 차지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분기 순이익 규모에서 신한금융지주에 밀린 것을 두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는 말도 들렸는데 3분기에 보기 좋게 탈환한 것이다.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격차도 더 벌렸다. 은행 이자마진이 늘었고 보험, 증권 등 비은행도 성장을 지속한 결과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와 나란히 올해 연간 4조 원 순이익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확실시되는데 두 금융지주 사이 리딩금융 경쟁도 연말까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 KB국민은행이 10월27일 뉴KB스타뱅킹을 선보였다. 기존 뱅킹앱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인데 그룹 전체의 플랫폼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KB금융지주는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앱 개편을 전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은 개인화와 슈퍼앱 전략이다. 마이데이터시대에 대비해 초개인화 자산관리서비스 위한 메뉴 추가됐으며 KB손해보험, KB증권 등 6개 계열사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탑재됐다. 다만 앱 자체가 무거워질 우려도 있어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 KB손해보험 헬스케어자회사 KB헬스케어가 11월 공식출범한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개발 및 운영에 들어간 상황으로 2019년 12월부터 KB손해보험에 합류한 최낙천 상무가 대표를 맡았다.

초기에는 법인을 중심으로 영업을 펼친 뒤 고객층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벌 신한금융그룹도 신한라이프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초읽기에 들어가 새 먹거리를 두고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KB생명이 KB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가운데 아픈 손가락이 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 3분기 최대 손실을 봤다. 3분기 181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 금융지주의 실적을 깎아내린 셈이다. 그룹이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보험계열사인 똑똑한 막내 푸르덴셜생명이 순이익 632억 원 거두면서 안정적 실적을 낸 것과 대비돼 더욱 뼈아플 수 있다.

- KB증권은 3분기 IB부문 실적 향상과 상품운용부문 실적 개선에 힘입어 금융지주 순이익 비중을 11%에서 14%로 확대했다. 다만 ELS와 관련해 증시가 둔화되면서 ELS 조기상환이 유예됨에 따라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B부문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세일즈앤트레이딩과 브로커리지부문 수익은 줄어들 수 있어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박정림 사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해외출장 가장 먼저 기지개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3분기에도 주주환원정책을 이어간다. 신한금융지주는 10월26일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2분기부터 시행했던 분기배당을 3분기에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당 배당금은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해 2분기 주당 300원에서 소폭 감소한 260원으로 정해졌다. 향후 4분기 결산 이사회에서 연간 손익을 확정한 뒤 최종 배당성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 3조56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이미 넘었다. 4조 원 달성이 무난해 보여 연간 배당성향 목표를 30%로 세워두고 있다.

- 신한은행은 금융서비스의 확장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12월 배달앱 ‘땡겨요’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메타버스 아바타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 캠핑 트레일러 전문업체 게르, 온라인 명품 쇼핑몰 발란과 협력하는 등 이종사업과 연계를 통한 고객 접점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 신한카드는 11월 발표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갱신되는 최종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되는데 올해도 수수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1위로 이번에 수수료가 인하되면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카드업계는 2018년 말 수수료율 인하 뒤 2019년, 2020년 2년간 가맹점 수수료부문에서 영업손실 1300억 원을 냈다고 추산하고 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기업설명회(IR)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용훈 부사장, IR 담당 임직원 등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만에 금융권 CEO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기업설명회 포문을 연 것이어서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비슷한 행보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11월13일까지 2주 동안 일정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해외투자자들을 만나 신한금융의 ESG성 등을 적극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순이익 규모에서 KB금융지주에 앞서며 리딩금융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3분기까지 아직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주가도 부진해 시가총액 순위에서 KB금융에 뒤처졌던 것은 물론 금융주 새내기로 대장주를 꿰찬 카카오뱅크에도 한참 뒤로 밀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