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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돈이 안 되는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LG화학 프린터 토너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LG전자 PDP TV도 시장에서 철수시킬 예정이다. 부진한 사업을 미리 정리하고 수익성이 나는 주력사업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구 회장은 그동안 “초우량 LG를 만들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올해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위기’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구 회장은 올초 임직원들에게 “주력사업에서 선도상품으로 성과를 내고 신사업은 1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히 키워줄 것”을 당부했다. 구 회장은 시장변화에 따른 위기에 대응하면서 선도상품에 집중하기 위해 오래된 사업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접고 있다.
◆ 적자만 커지는 프린터 토너 공장 매각
LG화학이 전북 익산에 위치한 프린터 토너 공장을 중국업체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익산공장은 매년 8천 톤 가량 토너를 생산하고 650억 원 가량을 팔았다. LG화학은 이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부터 중국업체가 실사를 진행중이다. 공장매각 관련내용은 다음달 중 구체화될 예정이며 매각금액은 600만 달러 수준으로 전해진다.
LG화학 관계자는 “회사의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토너사업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1989년 토너사업에 진출해 25년동안 프린터 제조사를 대상으로 토너를 판매해 왔다. 전체 토너 생산량의 90%를 캐논, HP, 삼성 등에 재활용 토너 형식으로 공급했다.
재활용 토너 등 소모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 토너시장의 60%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LG화학은 1999년 익산공장을 증설해 사업을 키웠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레이저프린터 보급확대 탓에 토너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토너 수요가 줄면서 LG화학의 수익성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 LG화학 정보전자소재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3조1657억 원, 영업이익은 3789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3%, 13%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이번에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2차전지,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LG화학은 전 세계 토너시장 점유율 9%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매각에 따라 업계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토너시장에서 LG화학의 빈자리를 놓고 국내외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하반기 이후 'LG PDP TV' 볼 수 없어
프린터 토너에 이어 LG전자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도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LG전자는 오는 10월 경북 구미에 있는 PDP 패널과 모듈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3분기까지 생산한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면 더 이상 LG전자 PDP TV는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가 TV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는 2001년 PDP TV시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PDP TV는 한때 ‘크고 저렴한 TV’로 인식돼 북미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체 상품인 LCD(액정표시장치) TV의 가격이 현저히 떨어지자 PDP TV는 더 이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전 세계 TV시장에서 PDP TV가 밀린 이유는 LCD TV에 비해 해상도나 전력소모량에서 뒤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TV시장에서 지난해 PDP TV 출하량은 1030만 대로 4.5% 에 불과하다. 한 때 PDP TV 1위를 달렸던 일본 파나소닉은 지난 3월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내로 생산을 중단할 방침을 세웠다.
업계는 LG전자가 앞으로 유휴공장과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는 과거 PDP 공장 일부 생산라인을 태양전지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LG전자 PDP TV 사업조직은 현재 상무급 임원 한 명이 총괄할 정도로 축소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