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언급한 것에 화답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야당 등 각계각층 인사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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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
최 금감원장은 “관련 부처와 함께 LTV와 DTI 규제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17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LTV와 DTI는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다. LTV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해당 주택의 시가에 맞춰 일정 비율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제도다. DTI는 개인이 금융회사에 갚아야 할 대출금 원금과 이자가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빌려주는 돈을 제한한다.
최 금감원장은 “LTV와 DTI 규제는 지역과 권역별로 세부적용 내용이 복잡하고 부동산 침체기에 경직된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그런 만큼 (지적된 내용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 후보가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뒷받침하는 말이다. 최 후보는 지난 13일 기자들에게 “지금은 부동산이 한겨울”이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한여름을 대비해 옷을 계속 입으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LTV와 DTI 규제를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보인 셈이다.
금융위원회도 기존의 규제 유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금융위원회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LTV와 DTI 규제의 큰 틀은 계속 유지된 것”이라고 밝히는 등 규제 완화에 반대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최 후보가 경제부총리로 임명되면 기획재정부의 정책 공조에 따라 LTV와 DTI 규제에 대한 논의가 새로 있을 것”이라고 16일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 안에서는 규제 완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LTV 규제를 완화한다면 하우스 푸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DTI 규제도 함부로 조정할 경우 가계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부동산업계와 금융권 관계자들도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주택 거래량은 늘어나나 담보대출도 증가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총량과 건전성을 고려하면 규제 가이드라인 변경보다는 합리적인 미세 조정이 좋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현재 부동산 경기 하락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세금 제도 등의 다른 원인 탓이 크다”며 “단순한 규제 완화로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봤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현재는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집을 사려는 의지가 아예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LTV와 DTI 규제를 손질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 후보가 언급한 부동산 규제 완화가 금융 부실만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LTV 규제를 완화할 경우 빚을 내 집을 샀다가 ‘깡통 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대출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 부실이 금융 부실로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경제 전반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최 후보의 말에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보였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최 후보가) 우리 경제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부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17일 국회에서 밝혔다.
우 정책위의장은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로 내려오지 못해 가계부채가 이미 1천조 원을 넘었다”며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LTV와 DTI 규제 완화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서민들은) 전월세 값으로 등허리가 휘어간다”며 “우리가 우선할 정책은 가계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촉진을 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 복지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