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5G통신기술을 기반으로 B2B(기업 사이 거래)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 기반 신사업을 확장하는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을 추진하는 데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KT 통신품질 저하 논란에 이어 대규모 통신중단사태로 구 사장은 무엇보다 신사업의 근간이 되는 통신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증명해야 한다.
26일 KT에 따르면 통신중단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등 후속조치 논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조사가 마무리된 뒤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KT 관계자는 “아직 피해보상 등을 거론하기 이른 단계”라며 “피해보상기준 등에 관련한 자체 약관이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1시간 넘게 KT 유무선 인터넷과 음성통화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끊김이 발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KT 통신망을 쓰는 사업장과 이용자들이 업무와 카드결제, 비대면수업, 주식 및 가상화폐 거래, 온라인게임과 플랫폼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편을 겪었고 금전적 피해를 보기도 했다.
당초 KT는 고의로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디도스 공격 가능성을 내놓았다가 조사결과 네트워크 경로 설정의 자체 오류가 원인으로 나타나 KT가 온전히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KT는 정부와 합동조사를 통해 사고 발생원인과 피해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비슷한 사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과 피해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사고는
구현모 사장이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의 인공지능 기반 B2B 신사업 계획을 내놓은 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구 사장은 KT 통신망을 기반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금융과 미디어콘텐츠 등 비통신분야에서 B2B를 중심으로 활발히 새 사업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디지코(DIGICO)’ 전략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와 같이 KT 통신망의 안정성 및 품질 신뢰성을 낮추는 사고가 발생하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KT는 5G통신 기반의 스마트팩토리와 무인로봇 등을 산업현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와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B2B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차나 무인 드론의 사고를 방지하는 관제통신시스템, 클라우드 및 금융 보안서비스 등 분야도 구 사장이 추진하는 디지코 전략의 주요 신사업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산업에서 KT 통신망의 안정성과 통신속도 등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객사들에 KT의 서비스가 선택을 받거나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T는 2018년 아현지사 화재사고로 발생한 서울 일부 지역의 통신 두절사태와 올해 초부터 발생한 5G통신속도 기준 미달,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 등으로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 발생한 전국 유무선 인터넷 중단사태는 이 가운데 가장 치명적 사고로 평가받고 있다.
구 사장은 상반기에 KT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소비자들과 정치권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직접 사과하며 비슷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구 사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커지고 있는 만큼 KT가 내놓을 피해보상계획 및 재발방지대책이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KT 통신망 안정성 및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산업현장이나 모빌리티 등 통신오류가 치명적 사고로 벌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 KT의 B2B서비스가 선택을 받는 일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T 통신서비스 고객들이 대거 이탈한다면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금융 플랫폼과 모빌리티, 콘텐츠 등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위축될 공산이 크다.
구 사장의 B2B신사업 진출 및 비통신사업 확장계획이 결국 KT의 향후 대처에 달린 셈이다.
KT가 대형 기간통신사업자로 안정적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만큼 정부도 이번 사태에 관련한 원인조사를 마친 뒤 KT를 향한 제재를 결정하거나 규제 강화 등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구 사장은 26일 사과문을 내고 “심층적 점검과 보완을 통해 이번 사고가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망 전반을 면밀히 살피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 사장이 신사업 진출에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통신품질 및 안정성 관리에 소홀해져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