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담에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죽음과 세금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따라다닌다는 점을 강조한 말인데 우리나라 일부 재벌들에게 이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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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
일부는 관련 법규의 허술한 틈을 비집고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고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다.
31일 국세청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해마다 공개하는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기업 경영인과 그 가족이 상당수 올라 있다. 재벌총수 중 대부분은 그룹이 부도가 나서 몰락의 길을 걸은 경우이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세금 체납액은 국세청을 공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2252억원과 1073억원에 이른다.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도 70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다. 조 전 부회장은 최근 세금 체납 때문에 출국이 금지되자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가 확정됐다.
주수도 전 제이유개발 대표도 570여억원을 체납해 이들의 뒤를 잇고 있다.
체납한 세금의 30% 이상을 국세청에 납부하면 체납자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는데 이들은 최대 13년째 명단에 이름이 포함돼 있다.
정 전 회장과 최 전 회장은 2004년, 주 전 대표는 2011년, 조 전 부회장은 2013년 각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은 세금납부 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최소 1년이 지나야 고액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기 때문에 이들이 실제 납부를 미룬 기간은 더 긴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회사가 몰락했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지방세를 징수하기 위해 가택을 수색한 끝에 금품 1억여원을 압류했다.
조 전 부회장은 2011년 출국이 금지되기 전까지 모두 56차례에 걸쳐 출국해 503일 동안 해외에 머물렀지만 출국금지를 둘러싼 소송과정에서 여행경비에 대해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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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
재판부는 “한솔그룹의 자산상속 내역 등에 비춰볼 때 조 전 부회장은 이미 압류된 것 외에도 여전히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출국을 허용할 경우 과세당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출국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조세범처벌법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검찰은 국세청 또는 세무서의 고발을 접수해야만 체납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다.
국세청은 은닉재산을 발견해 신고할 경우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