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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시대 '삼성맨'으로 살기 고단해졌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31 14: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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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시대 '삼성맨'으로 살기 고단해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에서 ‘삼성맨’으로 살아남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비상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도 임직원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은 지난해 9만6898명으로 2014년보다 2500여 명가량 줄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본사 정직원 수는 9만9382명이었으나 지난해 9만5652명으로 858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계약직 인원은 1246명으로 전년보다 1626명이나 줄었다. 계약직 인원의 감소폭이 정규직보다 더 컸던 셈이다.

삼성전자 임원도 지난해 1083명으로 전년 1212명에서 129명이나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연말 임원 승진자를 전년보다 18% 줄인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지난해 부사장 29명, 전무 68명, 상무 197명 등 모두 294명의 승진자가 나왔는데 7년 만에 승진자 폭이 가장 적었다.

삼성그룹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인사 기조가 유지돼 왔다. 신상필벌 원칙에 입각한 성과주의 기조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뒤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연봉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성기를 구가해 2014년도 ‘연봉왕’에 올랐던 신종균 IM부문 사장은 지난해 연봉이 대폭 깎였다.

반면 권오현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50억 원을 받아 재계를 통틀어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많이 받았다.

지난해 스마트폰사업이 글로벌 시장포화와 경쟁심화로 고전한 반면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크게 성과를 낸 결과가 두 전문경영인의 보수에서 희비를 갈랐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평균임금도 지난해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 1억100만 원으로 3년째 1억 원 이상을 유지했으나 2014년 1억200만 원과 비교하면 줄었다.

삼성그룹 전체매출의 80%가량을 책임지는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이었으니 나머지 다른 계열사는 더욱 심각했다.

2015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합병 이후 감원이 현실화했다.

건설부문 인력은 합병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건설부문 인력이 합쳐지면서 전체 규모에서 8392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 440명이 퇴사하는 등 전체적으로 9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삼성그룹에서 ‘삼성맨’으로 살아가기는 앞으로 더욱 더 고단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와 금융, 중공업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에서 대규모 감원바람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모두 1265명을 줄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전체 직원 1만1천 명의 10%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삼성그룹은 노조가 없는 회사다. 희망퇴직이나 성과평가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삼성그룹 감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용한’ 혹은 ‘은밀한’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이유다.

이에 더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 따른 사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전방위적’이라는 수식어가 추가됐다. 분기 영업이익만 수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각 사업분야에서 1위인 삼성생명이나 제일기획 등 감원 한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소 축소에 따라 연구인력도 크게 줄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R&D 투자비용이 2014년보다 3% 감소했고 연구소 수도 통폐합에 따라 38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2014년 삼성전자 연구소 수는 44개였으나 6개가 줄었다.

삼성그룹은 최근 ‘스타트업 삼성’을 표방하며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력한 오너경영 체제에서 ‘상명하복식’ 군대문화를 선언적 수준에서 단번에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24일 ‘삼성 권위주의를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모방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조직혁신작업이 “한편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실적이 부진한 직원을 가려내고 회사 관리계급을 축소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증권사 연구원 인터뷰를 인용해 “그런 조치들은 해고로 가기 위한 전주곡이다.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해온 나이든 삼성그룹 직원들은 젊고 능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성과에 따라 승진을 하게 되면서 퇴사를 강요받게 된다”는 주장도 보도했다.

대기업 임원급을 대상으로 하는 한 헤드헌팅 회사 관계자는 "삼성 임원들 가운데 상무급들이 불안을 느껴 이직문의를 해 오고 있다"며 "비임원급들에서도 그룹 내 합병이슈가 있어 현직에서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경우 구직문의 등 고민을 호소하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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