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10월 말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하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DSR 규제가 강화되면 개인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강민영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박사는 13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지속가능한 주택정책 모색’ 세미나에서 “차주별 DSR은 갚을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 빚을 지게 하는 관행을 정착하려는 조치”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대출규제를 간소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중심에서 DSR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올해 7월부터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6억 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으면 차주별로 은행에서는 40%, 2금융권에서는 60%의 DSR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2022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DSR 40% 규제대상 범위를 총대출액 2억 원을 초과할 때로, 1년 뒤에는 총대출액 1억 원을 초과할 때로 확대 적용할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가계대출의 증가폭이 커지면서 이른바 ‘빚투’를 차단하기 위해 DSR 규제 강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위 내부에서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형석 미국 IAU 교수는 유튜브 땅집고TV에서 “전세대출 허용으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당초보다 서둘러 DSR 강화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DSR 규제가 전세대출에까지 적용된다면 세입자들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 전세대출은 이번 규제 강화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
대신 금융위는 보증비율을 축소해 전세대출을 관리하는 방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80∼100%인 보증비율을 축소하면 은행이 대출금을 떼일 위험이 커지므로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전세대출의 과도한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대출을 받기 힘든 취약계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고 위원장은 올해 8월 임기를 시작했을 때 “가계부채를 잡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여러 차례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은행권의 강도 높은 대출 조이기에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문재인 대통령도 실수요자 보호를 지시하자 한 발 물러서는 등 최근에는 균형점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 위원장은 이미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6%에 전세대출을 제외하며 사실상 가계부채 관리의 방향을 일부 수정하기 시작했다.
고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여름에 취임하면서 일종에 군기 잡는다고 호들갑 떨어서 시장 전체가 불안해지면서 대출수요가 폭발하게 됐다”며 “대출 배분에 실패한 사람들을 어떤 정도로도 약간 책임져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긱이 든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가계대출을 억제할 묘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전세대출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누르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도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근 가계부채가 규모가 많이 늘어 걱정이 많다. 자산시장에서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게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위는 28일 이후에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 위원장은 28일 시중은행장들과 명동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여는데 이 자리에서 가계부채 보완대책과 관련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