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쩍 평판조회 의뢰요청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은 통상 최고경영자(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고위직이나 전문직 고액 연봉자만 평판조회를 진행했다.
▲ 김주연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 수석컨설턴트. |
그런데 요즈음엔 중간간부를 비롯해 일반 경력직도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평판조회를 실시하는 후보자의 직무도 다양해졌다.
그동안 인사, 재무, 법무, 전략, 마케팅 등 핵심 직군의 후보자들이 주로 평판조회 대상자였다.
최근에는 구매, 생산, 영업, 연구, 디자인, 개발, 고객관리까지 거의 모든 직군으로 평판조회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다 보니 필자를 포함해 평판조회를 전문으로 하는 동료 컨설턴트들은 1주일에 평균 3~4 명씩 인재 검증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들 사이에서 평판조회가 인재 검증의 주요 방법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인간의 다양한 면을 보게 된다. 기업에 보낼 평판조회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만감이 교체될 때가 적지 않다.
후보자의 성과나 품성 노력에 감탄할 때도 있고 슬그머니 얄미운 감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가끔 '이 사람은 정말 문제가 있어서 채용하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도 있다.
평판조회로 후보자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
한쪽 면만 바라보면 왜곡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평판조회는 주로 업무적 상사를 통해 후보자의 모습을 파악하지만 때때로 부하직원이나 동료, 파트너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후보자가 지정해 준 사람을 포함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후보자의 평판을 듣는 것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수록 후보자의 평가와 검증이 더 정확해지고 풍부해진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니 후보자의 평판도 각양각색이다. 특히 후보자가 추천해준 사람의 의견과 컨설턴트들이 자체적으로 찾은 사람들의 견해가 상반될 때가 있다.
후보자가 지정해준 사람들은 대체로 후보자의 단점을 들추려고 하지 않는다. 너무 티나게 후보자를 포장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반면 컨설턴트들이 임의로 접촉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좀 더 객관적으로 평을 전해준다. 물론 후보자와 좋지 않은 관계에 놓여 있는 일부 인사들은 혹평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후보자의 평가가 엇갈리는 대표적 분야 가운데 하나가 업무성과다. 어떤 사람은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했다"고 설명하지만 다른 사람은 "후보자는 단지 참여했을 뿐"이라거나 "다른 사람들이 한 성과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의견을 낸다.
후보자의 성격이나 대인관계도 자주 의견이 갈리는 지점이다. "성실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다"는 의견과 "이중적이고 윗사람에게만 잘 하는 기회주의자"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될 때가 적지 않다.
이렇게 상반된 얘기를 듣게 되면 피곤해진다. 다른 채널을 통해 정밀검증을 진행할 수밖에 없어 일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평판조회에서 평판의 일관성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후보자의 평가가 엇갈리면 컨설턴트들은 의문이 해소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물론 최종보고서에 두 시각을 다 보여주는 것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판조회 결과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적당히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이 전문회사에 의뢰해 평판조회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후보자들의 과거 모습은 미래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직장에서 후보자들이 보여주었던 성과와 리더십, 가치관, 업무성향은 새 직장에서도 재현될 확률이 높다.
후보자의 상반된 평가는 컨설턴트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고객기업에서 뽑아서는 안 될 사람을 뽑아놓고 고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주연 커리어케어 씨렌즈센터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