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새 성장동력으로 앞세워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과감하지만 합리적 선택이라고 영국언론이 바라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17일 “
이재용 부회장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나 삼성전자가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며 “글로벌 반도체시장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새 파운드리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미세공정과 370억 달러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시설투자계획에 주목했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와 인텔 등 시스템반도체 상위기업과 경쟁에서 승기를 잡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이 부회장이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의 '도박’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극적이고 예의바르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부회장이 과감함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실적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지고 있다.
업황 변화보다 기술 경쟁력이 중요한 시스템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강조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애플과 같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한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동안 하드웨어에 집중해 왔던 삼성전자의 기업문화와 사업전략을 바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전직 삼성 임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과 비교해 변화에 매우 조심스럽고 보수적 성향”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과거 닷컴버블 시절에 추진했던 벤처캐피털사업 ‘e삼성’이 실패로 끝나면서 이 부회장이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의 자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사업 진출이 자칫하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삼성전자에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대형 IT기업과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이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에 삼성전자의 미래를 걸고 있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앞으로 공격적 사업 확대전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TSMC보다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이 크게 밀리고 있고 아직 시장 자체를 선도하기보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변화를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투자에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