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가 물류업계의 호황을 타고 롯데그룹의 다음 기업공개(IPO) 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
17일 증권업계와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을 시작으로 계열사들을 하나둘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다음 기업공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쇼핑이 크게 늘면서 물류업이 호황을 맞아 좋은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535억 원, 영업이익 345억 원을 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0년 한 해 동안 매출 2조8584억 원, 영업이익 345억 원을 냈는데 올해는 이를 6개월 만에 달성한 셈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의 실적 증가가 더 두드러진다.
2019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매출 2조6979억 원, 영업이익 186억 원을 거뒀다. 최근 몇 년 사이 영업이익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택배 연간 물동량은 33억7천만 개로 1년 전과 비교해 20.9% 늘어났다.
메리츠증권이 9월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연간 택배 물동량은 37억3천억 박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에는 2020년과 비교해 56.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를 비롯한 택배업계가 최근 물류센터 확충, 시설자동화 구축 등의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점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에 힘을 싣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4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무인운송로봇 자동화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자동화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풀필먼트는 물류기업이 판매업체로부터 위탁을 받아 배송부터 보관, 재고관리, 교환과 환불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대행서비스를 말한다.
아울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청북도 진천산업단지에 3천억 원을 들여 풀필먼트 자동화센터가 구축된 축구장 23개 크기의 ‘메가허브터미널’도 짓고 있다. 이 터미널은 2022년 1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렇게 물류센터와 시설자동화 등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택배업계 점유율 1위인 CJ대한통운과 비교해 자동화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투자를 더 늘려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계열사 상장을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사를 출범한 뒤 외식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는 롯데GRS, 영화관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쳐웍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등 계열사 기업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결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텔롯데는 2016년 말 상장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 또한 무기한 연기됐다. 최근 코로나19로 호텔산업의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상장은 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한국신용평가는 9월 열린 롯데그룹 크레딧 이슈 점검 웹캐스트에서 "롯데그룹의 다음 기업공개와 관련해 다수의 기업이 거론되지만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건설·물류 계열사인 롯데건설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에 더욱 유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상장한 롯데렌탈이 공모 흥행에 실패한 데다 이후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롯데그룹이 다음 계열사 기업공개까지는 더 시간을 둘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렌탈은 올해 8월 증시에 입성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2018년 롯데정보통신 이후 3년 만의 기업공개였던 데다 롯데렌탈이 최근 분위기가 좋은 렌터카사업과 중고차판매업, 카셰어링서비스인 ‘그린카’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적게는 1조7천억 원, 많게는 2조2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롯데렌탈 주가는 상장 첫날인 8월19일부터 공모가인 5만9천 원을 밑돌며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쭉 내리막을 보이면서 9월부터는 5만 원대가 무너졌으며 최근 주가는 3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1조4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아직 기업공개와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롯데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