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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 |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원종규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체질개선에 나섰다. 원 사장은 투자자문 자회사를 폐쇄하고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팀’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영업 비중을 대폭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원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취임 후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변화를 혼란스러워할 수 있어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았었다”며 “이제부터 비전에 맞게 조직개편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또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와 재보험 주요대상인 국내 기업성보험의 성장성 정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원 사장은 수익이 좋지 않은 코리안리 투자자문 자회사를 폐쇄하기로 했다. 2008년 설립된 코리안리 투자자문회사는 증권업계 불황으로 적자 상태가 지속됐다. 원 사장은 지난해 6월 투자자문 회사를 30억 원 안팎으로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원 사장은 투자자문을 폐쇄하고 핵심역량인 해외 재보험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코리안리는 먼저 미국과 중국 재보험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에서 소규모 지역보험사 중 실적이 좋은 우량회사만 상대로 영업하고자 한다. 이런 사업전략을 선박이나 항공보험에도 확장시켜 적용하기로 했다. 원 사장은 이와 관련해 “소규모 항공사의 경우 작지만 알차게 경영하는 데다 몇군데는 대형 항공사보다 훨씬 양호한 손해율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안리는 또 중국에서 보험사들에게 생명보험 신상품을 개발해주고 수익을 나누는 등 신시장 개척에 한창이다. 이외에도 싱가폴, 도쿄, 런던, 두바이 등 총 7개 지점과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코리안리는 이런 출장사무소를 지점으로 점차 전환시켜 자체 영업망을 넓히기로 했다.
코리안리가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외국계 재보험사 탓에 지난해 코리안리 국내실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잇단 대형사고와 재해가 발생해 손해율이 악화된 원인도 크다. 이는 51년간 국내 재보험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코리안리가 성장한계에 봉착했단 얘기다.
특히 대기업들이 최근 전 세계로 진출하면서 코리안리보다 해외현지 재보험사에 직접 재보험을 맡기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해외 재보험사들은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뛰어나 수익률도 높다. 해외 재보험사의 자기자본수익률은 코리안리의 3배 가량인 20~30%나 된다.
원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영업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원 사장은 “조직은 생물과 같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데 5년에 한 번씩 바꾼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라며 “TFT를 통해 인력이 부족한 부서나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고쳐 나가고 필요한 신사업 등이 있으면 추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리는 2012년 세계 10위 재보험사에 이어 지난해 9위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코리안리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비중을 50% 늘리고 2050년 90%까지 끌어올려 세계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매년 20~25%의 실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코리안리 독점을 위협하는 국내 제2보험사 ‘팬아시안리’ 설립은 이달 말 윤곽이 나온다. 그런데 팬아시안리가 기관투자자 자본금 유치가 힘들고 예비인가 신청이 연기돼 설립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 사장도 올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안리의 자기자본이 1조5천억 원인데 경쟁사가 3천억∼5천억 원의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해도 길어야 5년을 못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