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석유화학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의 앞으로 가격 추이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은 내열성과 내충격성 등이 우수한 고기능성 플라스틱 원료로 자동차 내외장재, 가전기기, 정보통신(IT)기기, 의료용 키트 등에 쓰이는 고부가소재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계속 보일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로는 수요가 여전히 단단한 점과 함께 중국 전력난으로 공급이 늘어나기 힘든 점이 꼽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강세가 지속하면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을 포함한 화학제품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중국 전력난에 따라 화학제품 선구매 수요도 일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가격은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증설에 따른 공급 확대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가 관건”이라면서도 “증설이 완료된 뒤 곧바로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려워 단기적으로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업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가격 및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는 2021년 하반기를 지나며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올해 안에 세계적으로 글로벌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연간 생산량(1천만 톤)의 10%에 이르는 100만 톤 규모의 증설이 끝나는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그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전기기, 정보통신(IT)기기, 의료용 키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수요 및 가격도 크게 상승해 석유화학기업들은 이에 따른 수혜를 봤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가격은 10월 첫째 주 톤당 2250달러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평균 톤당 1523달러에서 올해 2분기 241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스프레드도 300달러 대에서 900달러 후반까지 상승한 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학철 부회장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은 LG화학 석유화학사업부문의 주력 제품이다. LG화학 석유화학사업부문 매출에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31%로 여러 제품 가운데 가장 높다.
LG화학은 글로벌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연간 생산량 200만 톤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LG화학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생산거점 확대를 위해 미국에 중합(생산)공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을 국내에서 연간 90만 톤, 중국에서 110만 톤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2023년까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컴파운드 공장을 짓기로 했다.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은 중합 공정에서 생산된 반제품과 다른 원료들을 혼합해 최종 제품으로 압출하는 컴파운드 공정을 거쳐 제조된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북미시장에서 자동차산업 등 발달로 내열·내구성이 우수한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한 바탕도 마련해가고 있다.
LG화학은 단석산업과 설립할 합작법인을 통해 2024년까지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생산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화식물성오일은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의 기초 원료로 안정적 원료 공급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G화학은 베올리아알앤이(Veolia R&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수년 동안 재활용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를 공급받기로 했다.
메틸메타크릴레이트는 투명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의 핵심 원료로 활용된다. 투명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은 내화학성이 특히 강한 것을 특징으로 하며 전기전자제품 하우징(기계장치를 둘러싼 상자 부분)에 주로 사용된다.
LG화학은 앞으로 베올리아알앤이의 재활용 메틸메타크릴레이트 품질 향상에도 계속 협력해 원료 공급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 부회장은 첨단소재사업부문의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소재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2025년까지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할 10조 원 가운데 6조 원을 배터리소재에 넣기로 했다.
다만 아직 LG화학 대부분의 영업이익은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창출된다. 신 부회장이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첨단소재사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기존 석유화학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거둔 영업이익 3조5480억 원 가운데 65%가 넘는 2조3085억 원을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채웠다. 지난해에는 전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7982억 원보다도 많은 1조9679억 원을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냈다.
LG화학 관계자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보이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북미 생산거점도 확보하면 신속한 고객 대응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