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출시를 기점으로 비금융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고격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고객 맞춤형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배달앱 론칭을 통해 이용자와 상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내놓겠다”며 “배달라이더 전용 대출이나 음식점 특화 금융상품 출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가운데 비금융사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 행장은 올해 6월 비금융 신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해 ‘O2O(온·오프라인 연계)추진단’을 신설했다. 전통적 은행이 지니고 있는 전통적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스타트업처럼 독립적이면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신한은행은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가 ‘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자 금융사 가운데 최초로 배달앱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위로부터 승인을 받아 올해 5월부터 140억 원을 들여 배달앱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진 행장이 ‘저금리 장기화’라는 악조건에서 성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금융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이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올해 3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의 ‘3저현상’이 장기화되며 지속적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투자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이상 금리만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어렵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하고 다른 업종과 적극적 협업 및 제휴를 통해 금융·비금융 플랫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비금융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이를 기존의 금융사업과 연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12월에 출시하는 배달앱과 기존 금융서비스를 연계해 자동으로 결제금액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하거나 소비내역을 관리해주는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배달앱 등을 통해 확보한 비금융데이터를 금융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배달앱에 리뷰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각 소상공인의 신용평가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배달 플랫폼은 리뷰를 통해 중개수수료를 차등화했는데 신한은행은 리뷰를 가맹점주의 신용도 측정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가맹점의 리뷰나 매출 데이터 등 상거래 정보를 축적해 소상공인 신용평가에 활용한다면 대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부터 ‘비대면 소매(개인사업자)모형 고도화 전산 개발’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방법론 기반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평가체계를 손질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생활금융 플랫폼사업은 기존 은행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진 행장은 모바일뱅킹앱 ‘쏠(SOL)’을 시중은행의 모바일앱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플랫폼으로 키운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아직 쏠은 고객이 금융거래를 위해 접속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방문자 수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모바일앱을 통해 음식배달 등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면 고객들이 신한은행앱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이는 곧 모바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고객들이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으로 바꾸는 핵심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부동산 플랫폼 ‘쏠랜드’와 전기차 시세 조회, 실손보험 청구서비스 등을 쏠앱에 얹으며 금융과 생활서비스를 엮은 ‘슈퍼앱’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시세조회는 자동차 종합플랫폼 겟차와 제휴해 선보인 것이고 실손보험 빠른 청구서비스는 삼성화재, NH농협손해보험, D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12개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그룹은 금융기능 위주에서 탈피해 고객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갖춘 빅테크의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 유사한 특성이나 서비스를 점차 확충할 것이다”며 “금융그룹은 금융과 비금융을 연계할 수 있도록 외부 플랫폼과 협업은 물론 전략적 투자, 공동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연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