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점포 도입을 금융권에서 가장 발빠르게 진행하며 영업점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몸집 줄이기’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무인점포는 점포 통폐합에 따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Who] 신한은행 무인점포 실험 서둘러, 진옥동 영업 효율화 필수

진옥동 신한은행장.


7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진 행장은 국내 은행 최초로 ‘인공지능 은행원(AI뱅커)’을 활용하는 무인형 점포를 연 데 이어 10월 안에 디지털기기가 배치된 모든 영업점에 인공지능 은행원서비스를 확대 적용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은행원은 실제 영업점 직원이 모델로 구현됐으면 음성인식기능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도와준다.

고객이 얼굴과 손바닥의 생체정보를 디지털기기에서 간편하게 등록하고 이를 통해 손쉽게 출금, 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실시간 화상통화로 직원과 금융상담이 가능한 ‘디지털데스크’가 설치돼 있는 50여 개 지점에 인공지능 은행원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행장이 이처럼 금융권에서 선제적으로 인공지능 은행원과 무인형 점포를 도입하는 것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통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기존 영업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점포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이 급부상하면서 영업점이나 자동화기기(ATM)를 찾는 고객들이 급감하고 있다. 

국내 은행점포는 2018년 23개, 2019년 57개 줄었으며 2020년에는 304개가 통·폐합됐다. ATM은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1769개가 사라졌다.

신한은행도 올해 8~9월에만 매장 57개를 통폐합했으며 10~12월에는 13개를 추가로 줄인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들어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매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계획대로 진행되면 신한은행의 영업점은 2022년 800개 이하까지 축소된다.

은행이 수익성을 강화하고 살아남으려면 대면채널을 축소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대규모 지점폐쇄는 금융노조와 갈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도 은행이 점포 폐쇄 전에 디지털 키오스크나 ATM 등 대체수단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부터 은행의 점포 폐쇄 결정 전에 고객에게 미칠 영향과 대체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분석하는 등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점포 감소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과 편리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절차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인형 점포는 대규모 지점폐쇄 없이 영업점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점포당 임직원 수는 약 17명인데 무인형 점포로 전환한다면 대규모의 통폐합 없이도 고정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신한은행 직원의 평균연봉은 2020년 기준 9600만 원에 이른다.

다만 아직 디지털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인공지능 은행원을 활용한 무인형 점포가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 은행원이 ‘학습기능’을 갖춰 데이터가 쌓이는 만큼 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 행장은 디지털화를 반영한 특화점포를 만드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안에 GS리테일과 손잡고 편의점과 은행을 합친 금융점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격오지나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금융과 유통을 결합한 점포를 지역 공동체 기반의 공간으로 만들어 지역사회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실무진에게 “금융 특화 편의점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 금융소외계층 특히 고령층이 많은 지방에 시범운영(테스트베드) 점포를 마련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에서 일반점포를 줄이고 무인형 점포나 특화점포를 늘리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 은행의 지점은 생산활동의 중요한 거점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되고 고객 필요가 다양해지면서 표준화된 지점 형태만으론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기존 점포의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서비스를 출시한다면 빅테크와 비교해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