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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
최근 동반성장 평가에서 꼴찌의 굴욕을 당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이번엔 본사와 납품업체에 서로 다른 두 얼굴을 보여 도마 위에 올랐다. 모기업인 테스코에 700억 원이 넘는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납품업체에 파견직원의 월급을 부담하라고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본사에 돈 퍼준 도성환 사장
홈플러스가 지난해 영국 테스코(TESCO) 본사에 ‘TESCO’의 상표와 로고 및 라이센스 사용료로 616억17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16일 알려졌다. 계열사 홈플러스테스코 또한 120억3800만 원을 테스코 본사에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홈플러스가 경기침체와 영업규제 등으로 실적부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지급한 총 736억 원의 로열티는 영업이익 2509억 원의 25%를 넘는다. 홈플러스 실적악화의 주범이 과다한 로열티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가 그동안 지급한 로열티는 매출액의 약 0.03~0.05% 수준이었다. 홈플러스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33억 원과 30억 원을 로열티 명목으로 테스코에 지급했다. 홈플러스테스코의 수수료율도 비슷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8억5500만 원과 7억39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홈플러스가 영국 테스코와 수수료율을 매출액 대비 0.86%로 높이는 새로운 라이센스 계약을 맺으면서 로열티 지급액이 크게 늘었다. 이 계약으로 테스코가 벌어들인 로열티 수익은 단 1년 만에 20배 이상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본사가 수수료율을 높인 것에 대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로열티 비율을 올린 것은 다른 해외 계열사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테스코가 1999년부터 한국법인에 적용한 수수료율은 0.05%인데 이는 1~2% 수준인 다른 국가 법인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최근 영국 과세당국이 수수료율이 너무 낮다고 지적해 올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현지법인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것은 일반적인 경영전략이다. 국내 기업인 오리온과 이랜드도 매년 해외법인으로부터 각각 0.5%와 3~5% 수준의 로열티를 지급받는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코스트코 역시 미국 본사에 매출액의 0.3%를 지급한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테스코라는 브랜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상호뿐 아니라 공시자료의 법인명에도 테스코는 빠져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와 삼성물산 간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외국인계 유통업체로 테스코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홈플러스 매장에서 테스코 브랜드를 찾아보기 힘들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의 다른 해외법인과 달리 유일하게 모기업 브랜드를 노출시키지 않고 있다. 2011년 홈플러스로 사명을 바꾸기 전에도 ‘삼성테스코’나 ‘홈플러스테스코’ 등의 상호를 달았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지급한 로열티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내 과세당국도 이를 증여로 볼 것인지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로열티 문제와 관련해 국세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테스코가 수수료율을 높인 것은 지난해 5월 도성환 사장이 취임한 후 벌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전임 이승한 전 회장에 비해 리더십과 교섭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 시절 홈플러스는 본사에서 역으로 찾아와 영업전략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했다.
◆ 납품업체엔 ‘슈퍼 갑’으로 행세해
홈플러스는 지난 4월 대전 유성구에 있는 홈플러스 유성점에서 신선식품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납품업체에 품질관리 전담 직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본사는 이날 “회사 차원에서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기 위해 기존 물류센터에서 하던 품질검사를 앞으로 납품업체에서 직접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용역업체를 통해 뽑은 신선식품 품질관리 요원을 납품업체 400여 곳 중 20곳에 상주시키기로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한 신선식품업체의 경우 이미 4월 중순부터 전담 직원이 파견된 상태다.
홈플러스가 품질관리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납품업체들은 모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홈플러스가 대형 유통업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업체들의 경영에 간섭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업체의 대표는 “홈플러스가 우리를 감시하는 느낌”이라며 “홈플러스에만 납품하는 게 아닌데 새로운 품질관리 제도로 회사기밀이 유출될까봐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상주직원의 월급 200만원 중 절반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홈플러스의 ‘갑의 횡포’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의 대표는 “결국 본사가 물류센터 직원의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면 시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성환 사장은 지난달 취임 1년을 맞았지만 최근 계속해서 우울한 소식만 듣고 있다. 지난 11일 공개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홈플러스는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국내 1위 유통업체로서 체면을 구겼다. 도 사장이 취임식에서 “고객과 임직원, 협력회사,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성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잇따른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의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