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을 향한 HMM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HMM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이 잔여 전환사채(CB)도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주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를 억누르면서 이들의 불만을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데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MM 소액주주들이 모여있는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는 홍이표씨는 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우선 다른 소액주주들과 함께 지분 3%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지분 3%를 확보하게 되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홍씨는 지분 3%를 확보한 뒤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상법 제366조(수수주주에 의한 소집청구)에 따르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의 이유를 적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이사회에 제출해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홍씨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9월27일부터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인터넷 카페 ‘현대상선(HMM)주주동호회’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카페 가입자 수는 6600여 명에 이른다. 홍씨에 따르면 9월30일과 10월1일 이틀 사이에만 가입자 수가 600명 넘게 늘었다.
HMM 주가가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전망에도 잔여 전환사채(CB) 전환 우려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HMM이 3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며 여기에는 산업은행의 영리 추구 욕심이 있다고 바라본다.
산업은행은 HMM 전환사채 권리 행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 등과 관련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는 분석도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HMM은 해상운임 상승으로 실적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잔여 전환사채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주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 전환단가가 5천 원인데 현재 시장가격을 고려하면 상당한 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를 포기하면 배임이어서 주식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MM이 채권단 관리를 벗어나 새 주인을 찾기 전까지 기업가치가 계속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나온다.
HMM은 올해 해운운임 상승으로 7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5월27일 5만6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4만 원대도 넘지 못하고 있으며 9월30일에는 3만3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HMM의 2021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상환 전환사채는 2조6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산업은행이 6월 말 만기가 도래한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권리를 행사하면서 보통주 6천만 주가 더 늘었는데 시장에 나오는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HMM은 지금까지 모두 3조3천억 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이것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HMM 발행주식(약 4억 주)보다 많은 6억 주가 늘어나게 된다.
산업은행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형태로 HMM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말하며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이 결합된 채권을 일컫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