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1-09-17 15: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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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뜨거운 가운데 자칫 불똥이 금융권으로 튈 가능성이 떠오른다.
하나금융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이 사업의 지분을 20%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긴장하며 지켜보게 됐다.
▲ 대장지구 도시개발사업 안내화면. <성남의뜰 홈페이지>
17일 대장지구 개발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성남의뜰 2종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부터 3년 동안 모두 14억2500만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의뜰은 2종 우선주주에게 2018년 주당 5천 원, 2019년과 2020년은 주당 1250원을 배당했다. 하나은행은 성남의뜰 우선주 14만 주, 하나자산신탁은 우선주 5만 주를 들고 있어 각각 10억5천만 원, 3억7500만 원을 배당받았다.
하나은행이 2015년 성남의뜰 우선주 지분을 7억 원에 취득한 것을 고려하면 5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15%의 이익을 남긴 셈이다.
투자성과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에 성남도시개발공사(50%+1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없지 않다.
배당수익의 대부분은 2종 우선주가 아닌 보통주와 1종 우선주 주주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성남의뜰은 3년 동안 보통주주 화천대유와 SK증권에게 4040억 원, 1종 우선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에게 1830억 원을 배당했다.
이는 성남의뜰 계약구조 때문이다. 성남의뜰 지분의 7%-1주는 보통주, 50%+1는 1종 우선주로, 나머지 43%는 2종 우선주로 구성됐다.
1종 우선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순위로 배당금 1822억 원을 받아가고 2종 우선주주는 매년 액면금액의 25%를 받는다. 우선주 배당이 이뤄지고 남은 금액 전액을 보통주주가 받아가는데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면서 보통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졌다.
앞서 하나은행은 2015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일원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민간사업자 공모에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산업은행·메리츠증권까지 3개 컨소시엄이 지원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사업을 따냈고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와 함께 SPC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여기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과반주주로 참여해 배당금 등을 우선 보장받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여당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개발로 추진되던 사업을 공영개발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특정 개인에게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천대유 설립자는 경제지 기자 출신인데 사업 참여 7개월 전 이 지사를 인터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 지사가 14일 의혹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16일에는 페이스북에서 논란과 관련해 “샅샅이 수사해 달라”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야당은 10월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 회의에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물론 관련자 다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국정감사 결과에 따라 국정조사와 특별검사(특검)의 정밀수사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여권 내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임을 고려하면 야당의 공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나 수사가 심도있게 진행된다면 컨소시엄 대표사였던 하나은행도 부담이 없지 않다. 당장 국정감사 때 참고인으로 불려나갈 가능성부터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의원 쪽에서 컨소시엄 관계자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야권이 정조준하고 있는 화천대유에는 이현주 전 하나은행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상임고문으로 재직했다. 이 전 부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에 기여해 하나은행장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기에 하나은행으로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만큼 지분이 많지는 않으나 주주로 참여한 다른 금융기관들 역시 사태의 추이에 주목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성남의뜰 지분은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동양생명 등이 8%, SK증권이 6%(보통주), 하나자산신탁이 5%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공모 당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것이다”이라며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논란에 거리를 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