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를 놓고 경쟁 중인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미래에셋증권이라는 변수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에 참여하게 될 경우 현대증권의 몸값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두 회사는 미래에셋증권에 고배를 마신 적이 있는 점도 부담이다.
|
|
|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21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면서 현대증권의 매각가격도 예상보다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각 대상인 현대증권 지분 22.56%의 시장가치는 약 3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가산하면 45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어 경쟁을 펼치면서 예상 매각가격도 5천억~6천억 원대로 상승했다.
KB금융은 비은행사업을 키우기 위해, 한국투자금융은 한국투자증권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현대증권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현대증권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증권사 매물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이 LK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지난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과감한 인수가격 배팅에 밀려 쓴잔을 마셨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은 당시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의 인수가격으로 2조4513억 원을 제시했다. 한국투자금융의 2조2천억 원, KB금융의 2조1천억 원을 2천억 원 이상 앞질렀다.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더라도 LK투자파트너스의 여러 전략적투자자(SI) 가운데 하나로 참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에서 참여를 확정할 경우 대우증권 인수전의 양상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현대증권을 인수하기에 충분한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KB금융은 지난해 기준으로 사내유보금 25조 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금융도 계열사의 현금성자산과 회사채 발행 등 1조5천억 원 이상의 현금동원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
|
|
▲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그러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큰 금액을 써내기에는 이사회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KB금융은 2012년 ING생명,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했는데 이사회가 인수가격 제시에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의 오너로써 인수가격 결정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금융은 현대증권에서 보유한 2조 원 이상의 우발채무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인수가격도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에 어떤 태도를 보이든 현대증권을 실사한 결과를 기반으로 가격과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애초의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