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각자대표(왼쪽)과 임진구 SBI저축은행 각자대표. |
SBI저축은행이 저축은행의 위기를 이미지 개선과 사업다각화로 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사이다’를 앞세워 고금리 대출영업으로 나빠졌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 또 핀테크와 기업금융 등으로 사업영역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 고금리 대출회사 이미지 바꾸는 데 주력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고금리 대출영업이라는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중금리의 신용대출상품 ‘사이다’를 선보였다. 사이다는 출시된 지 55영업일 만에 누적 대출잔액 305억 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를 출시할 때부터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각자대표는 올해 초 직원들에게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을 조기에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BI저축은행은 사이다의 영상광고를 지상파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최근 사이다 광고를 대부회사와 저축은행 광고의 방송시간대 규제대상에서 빼 달라고 저축은행중앙회에 요구했다. 대부회사와 저축은행은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공휴일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방송광고를 할 수 없다.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에 보낸 공문에 “고금리에 시달리던 서민들에게 비교적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인 사이다를 널리 알릴 수 있다”며 “부정적이던 저축은행업계의 이미지 쇄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
▲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사이다'의 광고 이미지. |
SBI저축은행이 사이다의 홍보에 집중하고 있는 데에는 고금리 대출로 나빠진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평균 대출금리 연 28.5%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등보다도 평균 대출금리가 높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순이익 200억 원가량을 냈을 때도 고금리 대출이자로 흑자 전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봉사활동, 소외아동 후원, 스포츠 스폰서십 계약 등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진구 SBI저축은행 각자대표는 지난해 11월 연탄나눔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에 흑자로 전환하면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임 대표는 당시 “SBI저축은행은 전사적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SBI저축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 순항 중인 사업다각화
SBI저축은행은 중금리의 신용대출뿐 아니라 핀테크와 오토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출이익 감소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모회사인 일본 SBI홀딩스는 핀테크회사들의 집합체인 옐로금융그룹에 2500만 달러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SBI홀딩스는 2월에도 옐로금융그룹 관계사인 옐로모바일에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SBI저축은행은 SBI홀딩스의 투자를 통해 옐로금융그룹의 IT기술을 상품과 서비스에 접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옐로금융그룹에서 보유한 크라우드펀딩, 로보 어드바이저, P2P대출 중개업 등에 향후 진출할 가능성도 커졌다.
SBI저축은행의 첫 오토론 상품인 ‘SBI오토론’은 2월에 누적 취급잔액 400억 원을 돌파했다. SBI저축은행은 오토론 영업인력을 충원해 성장세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
|
|
▲ 임진구 SBI저축은행 각자대표. |
SBI저축은행은 기업금융과 대체투자 등 투자금융 분야도 수익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당시 임진구 투자금융본부장 전무가 SBI저축은행 각자대표로 취임한 데에도 투자금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임 대표는 2013년 투자금융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부실 투자자산을 털어내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했다. SBI저축은행 투자금융부문은 지난해에 순이익 600억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에 가까웠던 연체율도 0%대로 떨어졌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제1금융권 회사들보다도 먼저 항공금융에 뛰어들어 연 8%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항공금융은 항공사나 물류사 대신 금융회사에서 구입한 비행기를 빌려주고 임대료 수익을 받는 투자금융 방식을 가리킨다.
◆ 왜 변화해야 하는가
저축은행은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은 법정 대출금리의 최고한도를 연 27.9%로 낮췄다.
SBI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대출 이자이익에 의존해 왔다.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대출 가운데 약 40%를 신용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개정 대부업법의 시행에 따라 대출금리를 평균 7%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체율 상승을 막기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 고객 수가 줄어들고 고객층을 그대로 유지하면 연체율이 높아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저축은행들은 일제히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섰지만 고금리 대출영업으로 생긴 나쁜 이미지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OSB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이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에 할부금융업 인가를 신청했지만 아직도 약관심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
|
|
▲ 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각자대표. |
SBI저축은행은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금리의 신용대출을 앞세운 이미지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SBI저축은행은 총자산 3조9천억 원대의 대형저축은행으로 비교적 부담없이 박리다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며 “고객들에게 중금리 신용대출회사라는 이미지만 확실하게 심어주면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업인 일본 SBI홀딩스가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SBI저축은행의 사업다각화에 불을 붙이고 있다.
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각자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SBI홀딩스의 경영노하우를 SBI저축은행에 적용할 것”이라며 “좋은 파트너를 찾는 대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본격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