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우유라면 수소는 치즈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부사장은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현대차그룹의 수소비전 발표회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미래 수소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 수소사업 산증인 김세훈, 수소사업 바탕 연료전지 발전 이끌다

▲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장 부사장.


유목민들이 여름에 남은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 겨울에 우유 대체품으로 먹듯 수소가 미래에는 잉여 전력을 저장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수소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수소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연료전지시스템기술 발전에 더욱 속도를 낸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김세훈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수소사업의 핵심인 연료전지시스템의 기술 발전을 이끌 핵심인사로 꼽힌다.

김 부사장의 위상은 최근 진행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 부사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도 가장 긴 시간을 배정받아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과 연료전지시스템의 기술 경쟁력을 쉽게 풀어 설명했다. 

특히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 성능, 내구성 등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하며 수소사업의 밝은 비전을 제시했는데 현대차그룹 수소사업 초창기부터 함께 한 이야기를 더하며 신뢰감을 높였다.

김 부사장은 “15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수소연료전지기술을 회의적으로 바라봤고 나 역시 한때 그 의견에 동의했다”며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포기하지 않았고 이제 자신있게 글로벌 수소사회의 실현을 위한 비전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196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학위, 독일 아르헨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을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개발 초창기인 2003년 현대차에 합류해 연료전지개발팀장, 연료전지개발실장, 연료전지개발부장 등을 거치며 오로지 수소사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2013년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2018년에는 내연기관차에 버금가는 성능과 내구성을 지닌 넥쏘를 출시했다.

정의선 회장체제 들어서는 김 부사장에게 더욱 힘이 실렸다.
 
현대차 수소사업 산증인 김세훈, 수소사업 바탕 연료전지 발전 이끌다

▲ 김세훈 부사장(오른쪽)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 이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와 함께 글로벌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유튜브>


정의선 회장은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2018년 10월 첫 인사에서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연료전지사업부를 새로 만들고 김 부사장을 첫 사업부장에 앉혔다.

김 부사장은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부사장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말 현대차 CEO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의 시작을 직접 알리기도 했다.

김 부사장의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회장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 범위를 수소 모빌리티에서 주택, 건물, 공장, 발전소 등 전기공급원으로 확장하며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수소에너지가 쓰이는 수소사회를 2040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사회의 밑바탕이 되는 연료전지시스템의 기술 발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기술 발전은 단순히 연료전지시스템의 부피를 줄이고 내구성과 출력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가격 절감까지 포함한다.

기술 발전은 인프라 구축 등과 함께 수소경제 활성화를 이끌 핵심요인으로 꼽히는데 현대차그룹에서는 김 사장이 기술 발전을 책임진다.

김 부사장은 단기적으로는 2023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승용차에 들어갈 100kW급과 대형상용차에 쓰일 200kW급 등 두 가지 모델로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공개한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은 2세대와 비교해 100kW급은 부피가 30% 가량 줄고 200kW급은 크기는 비슷하지만 출력이 2배 높다. 

가격은 2003년 초 프로토타입 차량에 적용되었던 연료전지시스템의 98% 수준까지 낮아진다.
 
현대차 수소사업 산증인 김세훈, 수소사업 바탕 연료전지 발전 이끌다

▲ 김세훈 부사장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유튜브>


김 부사장은 촉매로 쓰던 백금의 사용을 크게 줄이고 분리판 원재료를 흑연에서 스테인리스스틸로 대체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연료전지시스템의 가격을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연료전지가 백금을 많이 쓰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이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백금 사용이 크게 줄어 백금은 더 이상 원가의 주요 요소가 아니다”며 “지속적 원가 절감 노력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배터리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연료전지시스템을 도시의 대형 에너지원으로 쓰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현재 다수의 3세대 연료전지시스템을 연결해 메가와트(MW)급 발전에 쓸 수 있는 ‘파워유닛모듈’을 구상하고 있다.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을 블록처럼 연결해 출력을 높이는 개념인데 향후 대형 선박, 기차, 도심항공모빌리티(UMA) 등은 물론 건물, 공장 등의 발전원으로 쓰일 것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추진한다. 

김 부사장은 “수소사회를 구현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이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이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HTWO 연료전지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수소경제를 향한 길을 닦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