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이 올해 국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상장주관실적 1위를 누가 차지할까?
KB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두 회사의 상장주관실적 순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 미래에셋증권 로고(위쪽)와 KB증권 로고. |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풍부한 유동성으로 국내 기업공개 시장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관실적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대어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11개 기업의 상장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반기 기준 기업공개 주관순위 1위에 올랐다.
하반기에는 공모금액만 4조 원에 이르는 크래프톤의 대표주관사로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예상 기업가치가 각각 10조 원, 5조 원, 3조 원 수준인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넷마블네오의 대표주관사도 맡고 있다.
경쟁사들 가운데는 KB증권의 추격이 매섭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4개 기업의 상장업무를 맡으면서 기업공개 주관순위 8위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 공모금액이 약 2조6천억 원인 카카오뱅크와 롯데렌탈 등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대규모 상장주관실적을 쌓았다.
또다른 대어급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과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사, 현대중공업 공동주관사를 맡아 상장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큰 기대를 걸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으로 공모규모는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공모액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또 미래에셋증권 뿐만 아니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기업공개시장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빅3증권사들이 모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주관사로 합류하지 못했다.
KB증권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대규모 주관실적을 쌓으면서 순위를 단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정에 변수가 생기면서 KB증권도 영향을 받게 됐다.
KB증권 등 주관사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6월8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이르면 10월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가 쉐보레 볼트 전기차와 관련해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규모의 추가 리콜을 결정하면서 비용분담 등과 관련된 리스크가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실적에 910억 원 규모의 리콜 관련 충당금을 반영했는데 추가 충당금을 반영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증권가는 이번 추가 리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부담하게 될 충당금 규모를 4230억~55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30일 LG에너지솔루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GM 리콜방안,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올해 상장 완료를 목표로 기업공개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를 10월까지 결정해 시장과 소통하도록 하겠다”며 상장일정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8월 중순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심사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45거래일이지만 심사 과정에서 예비심사를 청구한 회사의 요청이나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세워둔 만큼 자금을 빠르게 조달하기 위해서는 연내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추가 리콜사태 원인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데다 중장기 수익성에 의구심도 나오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우선순위는 중장기 사업성장 방향성과 관련된 고민 해결이 상장보다 선행돼야 할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익 및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전 투자매력도는 중립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