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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뉴시스> |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에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탁한 최고의 여성 장관으로 꼽히다 이번에는 직급을 차관급으로 낮춰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등으로 위기에 몰리자 대선 캠프 출신인 조 장관을 불러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맡긴 것이다. 조 내정자로서는 정치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12일 오후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수석에 여성이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조 내정자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과 18대 국회의원, 당 대변인을 역임하면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분”이라며 “국회와 정당, 정부를 거친 폭넓은 경험과 여성으로서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친화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간에 가교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우 현 정무수석은 청와대와 국회 간 소통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차원에서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박 수석은 지난 해 8월 정무수석에 깜짝 발탁됐다. 당시 박 수석이 30년 간 외교관 생활을 했던 만큼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신선한 정무감각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박 수석에게 “30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정무적 감각이나 협상에서 인정 받은 만큼 잘 해 주실거라 생각한다”며 “정치를 하든 다른 일을 하든 사람 일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신임을 보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정치인 경험이 전혀 없는 박 수석이 발탁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 수석은 정치인 경험이 전혀 없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소통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수석은 꼬일대로 꼬인 여야 관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정국 운영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 수석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세월호 유족들과 면담을 했으나 유족들의 성난 마음을 달래는 데 실패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정무수석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조 내정자는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동대변인을 지냈다. 같은해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아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자 대변인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첫 내각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장관 임명 전 정가에서는 “경제나 교육 문화 같은 요직을 맡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사람으로 통했다.
조 내정자는 여성가족부 장관에 오른 뒤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월 프랑스 국제만화제와 10월 유엔총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외교부에만 맡기지 않고 위안부 문제에 적극 나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 내정자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방문해 리가르드 IMF총재와 만나 여성고용 정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밖에 미혼모 지원, 직장어린이집 설치, 성폭력 대책, 감정노동자 보호방안 착수 등 활발하게 업무를 수행해 왔다.
조 장관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지난 1월 부·차장급 기자 30명과 외부전문가 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윤선 장관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 이어 2번째로 잘 하고 있는 장관으로 뽑혔다.
조 내정자 덕분에 여성가족부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도 나왔다. 초임 사무관의 여성가족부 지원 비율이 늘어난 까닭이다. 정원이 3명에 불과한 사무관 자리에 13명이나 지원하는 일도 있었다.
조 내정자는 1966년 생으로 세화여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합격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첫 여성 변호사, 씨티은행 부행장직을 거쳤다.
2002년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대변인으로 정계에 진출했으며 2008년 한나라당 대변인에 임명돼 2년 가까이 대변인을 맡아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남겼다. 2008년 비례대표 13번으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조 내정자는 재산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공개한 ‘2014년 고위 공직자 정기 재산 변동현황’에 따르면 조 내정자의 재산은 45억8천만 원이다. 이 중 건물이 30억 원, 예금이 14억 원이다.
조 내정자의 재산은 고위 공직자 평균 재산 12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국무총리 이하 24명의 장관급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다.
한편 박준우 현 정무수석은 본업인 외교관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가정보원장에 내정된 이병기 주일 대사의 후임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