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에서 한동우 회장의 승계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후보로 거명됐던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에서 퇴진하기로 확정됐다.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도 또다른 유력후보로 꼽히는데 오는 8월 연임이 결정된다. 위 사장의 연임에 따라 신한금융 차기 회장 승계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신한금융 차기 회장후보 구도의 균열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해 11월부터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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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내년 3월25일에 임기를 마친다. 한 회장은 1948년생으로 만 70세 이상의 회장 재임을 금지하는 신한금융 규정에 따라 연임을 할 수 없다.
한 회장은 지난해 1월 “신한금융 회장의 1차 후보군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대표이사들”이라며 “이들을 회장후보로 양성하는 차원에서 전문가와 경영진이 수시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락 사장은 신한금융의 비은행계열사 사장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후보로 꼽혀왔다. 신한생명은 신한금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비은행계열사다. 한동우 회장도 신한생명 사장으로 6년 동안 일했다.
이 사장은 2013년 취임한 뒤 신한생명의 실적호조에 힘입어 한차례 연임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에도 순이익 1002억 원을 내 2014년보다 순이익이 24.2% 늘어낫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이 올해 연임해 차기 회장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번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 신한생명 사장은 이병찬 전 신한생명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이성락 사장은 비등기임원인 신한생명 부회장(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물론 전직 대표이사도 신한금융의 후계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만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신한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퇴임한 계열사 대표이사들과 관련해 장기 재임기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011년 아이타스 사장으로 취임한 뒤 2년 동안 근무했다. 신한생명 사장으로 3년 일한 것까지 합치면 전체 5년 동안 계열사 사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 사장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측근인 점이 이번 퇴임에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전 사장은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경영권을 놓고 대립했다. 한동우 회장은 라 전 회장 측 인사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계열사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은 모두 차기 회장후보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동우 회장도 전직 신한생명 사장으로서 회장으로 선임됐다”고 말했다.
◆ 위성호 연임 여부 주목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위 사장은 올해 8월에 임기를 마친다.
위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래 31년 동안 신한금융에서 일했다. 2013년 신한카드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업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신한금융 안팎에서 한 회장과 같은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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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
위 사장이 8월에 신한카드 사장을 연임할 경우 신한금융 차기 회장후보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은행계열사 사장들 가운데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외부인사 출신이며 민정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과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내정자는 재임기간이 짧다.
하지만 차기 회장후보로 예상 외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한동우 회장이 퇴임과 함께 신한사태의 어두운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려고 할 경우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사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신한금융 회장후보로 꼽히지만 향후 의외의 인사가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위 사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포스트 한동우’ 구도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