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빨라졌다. 새 대표이사도 젊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월 경영에 공식 복귀한 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의 선제적 교체를 통해 미래사업에 더욱 힘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 대표 인사 더 빨라지고 젊어져, 김승연 미래사업에 힘실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은 26일 한화시스템과 한화솔루션, 한화종합화학, 한화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5명 교체인사를 단행하면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시기를 지난해와 비교해 한 달 더 앞당겼다.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한화그룹은 하반기 임원인사를 가장 빨리 하는 곳으로 꼽히는데 올해 다시 한 번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한화그룹은 “예년보다 약 한 달가량 대표이사 인사를 앞당긴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취지다”며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수립에 탁월한 인사를 대표로 내정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인사가 10월에 이뤄져도 업무를 파악하고 조직을 추스르다 보면 다음 연도 사업계획을 짜기 빠듯할 수 있다”며 “대표인사 시기를 앞당기면 대표가 그만큼 다음 연도 사업을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화그룹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대표이사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이번에 대표이사 인사가 난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 내정자, 남이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 내정자,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 내정자, 김희철 한화종합화학 대표 내정자, 홍정표 한화저축은행 대표 내정자는 모두 1964년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한화시스템과 한화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연철 대표와 김성일 대표는 각각 1961년, 1959년 태어났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과 큐셀부문은 현재 각각 이구영 대표와 김희철 대표가 이끌고 있어 이번 인사 이후에도 대표 연령에 변화가 없다.

한화종합화학만 1970년 태어난 박승덕 대표에서 김희철 대표로 바뀌면서 대표이사 연령이 늘어났는데 이 역시 미래 리더 양성을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승덕 대표는 이번 인사에 따라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대표를 맡아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곳으로 박 대표는 이번 인사로 역할이 오히려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한화그룹 미래사업을 이끄는 계열사 중심으로 대표가 바뀐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은 미래 신사업 확대를 위해 올해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한화그룹 계열사 가운데 올해 조 단위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곳은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뿐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에 이어 수소사업을 키우고 있고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우주인터넷으로 불리는 저궤도위성통신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올해 한화그룹이 2015년 빅딜 이후 삼성그룹에 남은 지분 24.1% 전량을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등 ‘수소 중심의 지속가능 미래형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이 3월 경영일선 복귀 뒤 변화의 고삐를 더욱 바싹 죄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배임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당시 맡고 있던 한화그룹 계열사 대표에서 모두 물러났는데 올해 2월 이와 관련한 취업제한 규제가 풀려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3개 계열사 미등기임원에 오르면 그룹 경영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김 회장은 계열사 임원을 맡지 않을 때도 매년 신년사나 창립기념사 등을 통해 한화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는데 특히 올해 신년사에서는 미래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금융 솔루션 등 4가지를 한화그룹의 미래사업으로 직접 들며 변화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8월 초 취임 40주년 기념사에서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며 미래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금융 솔루션 등을 100년 기업 한화를 이끌 신사업으로 꼽았다.

한화시스템은 미래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한화솔루션과 한화종합화학은 그린수소 에너지, 한화저축은행은 디지털금융 솔루션 등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