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개인대개인(P2P)대출 중개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P2P대출 중개시장은 지난해 중순부터 본격 형성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P2P대출 중개회사들과 손잡고 저금리를 타개할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P2P대출 중개시장은 장기적으로 기존 가계대출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P2P대출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재원으로 대출 희망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P2P대출 중개회사는 투자자의 자금을 모으고 대출을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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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지난 2월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소재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2016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신한은행의 핀테크사업 전략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 은행과 P2P대출 중개회사 짝짓기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P2P대출 중개회사 어니스트펀드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P2P대출 중개회사에 직접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어니스트펀드와 함께 중금리 신용대출에 쓰이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며 “신한은행의 높은 신뢰도에 어니스트펀드의 기술력을 더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P2P대출 중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예금담보대출 방식으로 P2P대출 중개업에 뛰어들고 있다.
P2P대출 중개회사에서 모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은행계좌에 예치하면 은행이 그 예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 희망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은행과 P2P대출 중개회사는 대출자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익을 나눈다.
전북은행은 피플펀드와 손잡고 3월 안에 P2P대출 중개상품을 선보인다. 전북은행은 이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도 P2P대출 중개를 부수업무로 취급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NH농협은행은 최근 비욘드플랫폼서비스와 함께 카드대출금을 대환하는 ‘써티컷-NH론’ 상품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비욘드플랫폼서비스는 기업투자자의 자금을 대출재원으로 활용하는 기업대개인(B2P) 중개회사다.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P2P대출 중개업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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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익근 대신저축은행 대표이사(가운데), 박준호 투게더앱스 대표(오른쪽), 김항주 에치제이인베스트먼트에이엠씨대부 대표가 지난해 12월30일 열린 사업제휴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저축은행 보험사도 P2P대출 시장에 가세
저축은행은 중금리의 신용대출시장을 놓고 P2P대출 중개회사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P2P대출 중개업에 뛰어드는 저축은행도 늘어나고 있다.
대신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부동산전문 P2P대출 중개회사 투게더앱스와 제휴협약을 체결했다.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모아둔 계좌를 대신저축은행에 개설한 뒤 대신저축은행에서 계좌관리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박준호 투게더앱스 대표는 “저축은행이 투자금 관리계좌를 직접 수탁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 보호장치를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일”이라며 “P2P대출 중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라앉힐 수 있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저축은행은 최근 P2P대출 중개회사 팝펀딩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H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도 P2P대출 중개회사와 제휴하거나 독자적 P2P대출 중개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정 대출금리를 연 27.9%로 내리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저축은행들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며 “저축은행이 P2P대출 중개회사와 협업할 경우 중금리 신용대출의 수익률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도 P2P대출 중개시장에 뛰어들 잠재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생명은 중국의 P2P대출 중개회사 디안롱과 손잡고 P2P대출 중개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P2P대출 중개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의 신용대출시장에서 P2P대출이 가장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여러 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빌려주는 B2P 대출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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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해 12월18일 경기도 용인시 연수원에서 열린 ‘201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핀테크사업 강화방침 등을 포함한 ‘4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 왜 P2P대출인가
금융회사들은 P2P대출 중개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P2P대출 중개회사에서 주선한 전체 대출액은 지난해 약 4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2013년 36억 원, 2014년 58억 원에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P2P대출 전체규모가 지난해 약 179조 원까지 커지는 등 시장의 성장성이 이미 입증됐다”며 “저금리로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하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P2P대출 중개업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P2P대출은 2020년 개인대출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0월 신한 퓨처스랩 데모데이에서 “P2P대출 중개회사가 제대로 발전한다면 신한금융과 경쟁관계가 될 것”이라며 “P2P대출이 활성화하면 전통적 대출기관은 금융모델에서 생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선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P2P대출에서 투자자와 대출자의 연결은 중개회사가 직접 수행하고 은행은 자금을 이체하거나 수탁하는 보조적 역할만 담당한다”며 “금융거래의 주체였던 은행이 P2P대출 중개회사에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P2P대출 중개회사와 제휴하면서 중금리의 신용대출에 필요한 신용평가모델을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P2P대출 중개회사들은 우량한 대출 희망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IT기술을 신용평가모델에 접목하고 있다. 단순한 거래정보 빅데이터뿐 아니라 심리분석기술이나 상점의 매출정보 등도 P2P대출 승인 심사에 쓰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어니스트펀드와 공동개발 중인 심리분석기반 신용평가모델을 은행 서비스로 수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바일 전용 은행서비스 ‘써니뱅크’로 출시할 중금리의 신용대출에 심리분석기반 신용평가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