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손해율을 낮추는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면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받을 충격이 가장 적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화재를 비롯해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의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은 85%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다면 이 4곳 보험사의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자동차보험 비중이 적은 메리츠화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관리하는 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상반기 메리츠화재가 거둔 원수보험료 가운데 자동차보험의 비중은 7.8% 수준이다. 다른 보험사들은 30% 안팎이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손해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적정수준인 77~80%를 웃돌아 실적에 부담을 줬다.
김용범 부회장은 자동차보험에 '디마케팅(고객의 구매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면서 수익성 높은 장기인보험에 집중하는 판매전략을 펼치고 있다.
장기인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으로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와 생명의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암보험과 어린이보험,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이 대표적이며 실손의료보험도 포함된다.
김 부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법인보험대리점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인수기준을 완화하는 등 공격적 영업정책을 펼치며 2016년 손해보험업계 5위 수준이었던 장기인보험 매출을 업계 2위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일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에 장기인보험 판매 인센티브로 300%를 내걸며 다시 영업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의 장기인보험 확대 전략은 메리츠화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상반기 순이익은 2919억 원으로 삼성화재(7441억 원), DB손해보험(4256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DB손해보험의 자산규모가 메리츠화재의 두 배에 이르며 삼성화재의 자산규모가 메리츠화재보다 3배가 넘는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메리츠화재의 수익성은 자산규모에 비해 높은 셈이다.
순이익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메리츠화재가 거둔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6.8% 늘었다. 삼성화재의 순이익 증가율(71.7%)에는 못 미쳤지만 DB손해보험(21.8%), 현대해상(35.5%), KB손해보험(20.9%) 보다 높다.
2분기로 보면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화재는 2분기에 순이익 1615억 원을 거둬 지난해 2분기보다 52.7% 늘었다. 삼성화재 16.1%, DB손해보험 11.1%, 현대해상 30.3%, KB손해보험 10.9%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다만 장기인보험 판매가 늘어나면서 고객 민원이 늘어나고 있어 김 부회장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메리츠화재에 제기된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196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71.3% 증가했다. 손해보험사 전체 평균 분쟁조정건수가 1.7%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메리츠화재 다음으로 분쟁조정이 많이 늘어난 곳은 DB손해보험(22.2%)으로 메리츠화재와 차이가 크다.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계약 건수가 많은 만큼 분쟁조정건수가 2583건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18.6% 감소했다.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에 집중하는 만큼 판매가 늘면서 보상청구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민원 분쟁조정 신청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가 제기하는 민원 가운데 금전 다툼이 포함돼 있을 때 '분쟁'으로 분류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