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업체 이상으로 국내 배터리소재기업들의 장기적 사업전망이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시장 확대에 배터리업체들이 대규모를 투자를 벌이는 데다 완성차기업들도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어 고객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업체들의 투자에 배터리소재 및 부품업체들의 장기호황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3사만 보더라도 배터리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각각 430GWh(기가와트시), 200GWh 이상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SDI도 미국에 배터리 생산기지 설립을 앞두고 있다.
폴크스바겐, GM, 테슬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도 잇달아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화학사업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점찍은 채형석 총괄부회장으로서는 배터리소재사업을 더 키운다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5일 그룹 내 코스피 상장사 애경유화와 에이케이켐텍, 애경화학을 합병한 애경케미칼(가칭)을 출범하기로 하며 화학사업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런 만큼 배터리 관련 사업처럼 성장성이 큰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크다.
애경유화는 제주항공, 애경산업과 함께 애경그룹의 주력 상장계열사 3곳 가운데 하나로 무수프탈산(PA)과 가소제를 주력으로 한다. 무수프탈산은 가소제, 불포화 폴리에스테르수지, 페인트 등의 주원료이며 가소제는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첨가제로 폴리염화비닐(PVC)에 주로 쓰인다.
이와 함께 배터리 핵심소재 음극재의 첨가제인 하드카본도 생산하고 있다.
애경유화는 2012년부터 음극재 첨가제용 하드카본을 생산했고 2019년 9월에는 배터리 음극재 첨가제용 하드카본 신규특허를 등록했다. 애경유화는 현재 SK이노베이션 등에 이 하드카본을 납품하고 있다.
다만 애경유화의 음극재 첨가제용 하드카본사업은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2012년 하드카본 500톤 생산능력을 갖춘 뒤 현재까지 같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화학계열3사 합병 뒤 ‘메가트렌드(큰 흐름)에 맞는 비즈니스모델 정립’을 합병법인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런 전략에 배터리소재사업이 부합하기 때문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합병으로 합병으로 애경유화의 외형을 불리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법인 애경케미칼(가칭)은 매출 규모나 보유자산 측면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체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경유화는 2020년 매출 9089억 원 영업이익 574억 원을 냈고 자산 5321억 원 규모를 보였다.
에이케이켐텍은 2020년 매출 2349억 원, 영업이익 228억 원을 거뒀고 자산규모는 3114억 원이었다. 애경화학은 같은 기간 매출 1956억 원, 영업이익 161억 원을 올렸고 자산규모는 1640억 원 수준이었다.
합병을 통해 매출 1조4천억 원, 영업이익 1천억 원, 자산규모 1조 원이 넘는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존속법인 애경유화와 비교하면 매출은 50%, 영업이익은 70%, 자산규모는 80%가 확대되는 것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케미칼(가칭)을 2030년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3천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이번 화학사업 통합을 통해 애경그룹 실적 증가의 계기를 만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그룹은 항공사업의 제주항공과 화장품 및 생활용품사업의 애경산업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이와 달리 애경유화는 매출이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특히 채 총괄부회장이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 오른 2006년부터 밀어붙인 항공사업(제주항공)은 2011년부터 그룹의 대표 현금 창출원으로 자리잡았지만 2019년부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올해 들어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대1 무상감자와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은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구조를 지녔다. 다만 화학사업도 시황 영향을 많이 타는 탓에 배터리소재사업과 같은 성장 전망이 높은 사업포트폴리오를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애경유화 관계자는 “화학산업의 특성상 회사규모가 커지면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를 추진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이다”이라며 “배터리소재에서는 확장을 위해 시장수요에 따라 기존 생산설비 추가 증설이나 품목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