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을 확 바꾸기 위해 결단할까?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면 당장 시설이나 택배 분류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려야 하는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차입금을 크게 늘린 탓에 재무구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표가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근로환경 확 고칠까, 박찬복 열악하다 비판에 직면

▲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3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일하던 택배기사가 숨지거나 쓰러지는 일이 잇따르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부산지부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직원들이 잇따라 쓰러진 이유가 열악한 근무환경에 있다고 보고 7월29일 부산 롯데택배사상터미털 앞에서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는 현장에 선풍기와 환풍기, 냉온수기, 제빙기 등 폭염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6월부터 선풍기 30대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고 현대택배 시절 열악했던 시설과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택배기사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는 이 일과 관련해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시설투자에 인색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직원이 7월23일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7월28일에는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상하차작업을 하던 직원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최종 타결한 지 이제 막 한 달을 넘긴 만큼 박 대표로서는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을 지적받은 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면 당장 시설투자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재무구조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머릿속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 택배허브터미널, 여주 의류자동화센터 등 건립을 위해 차입금을 크게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2020년 3월 말 273.6%에서 2021년 3월 말 313.6%로 40.0%포인트 높아졌다.

당장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시행하기 위해 9월1일부터 택배 분류인원 2천 명을 투입하는데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내년부터 기존 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 분류작업이 제외되는데 택배회사들은 이와 관련해 택배 자동분류기 도입에 1천억 원, 연간 인건비로 600억 원가량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박 대표는 택배기사의 근로환경 개선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지난해에만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3명이나 나왔다. 

더욱이 택배기사의 근로조건과 안전은 사회적 가치와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롯데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는 상황과도 어긋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ESG를 주요 경영화두로 던지면서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들도 ESG경영 강화에 힘쓰고 있다.

박 대표는 7월 해외 ESG 채권을 발행하면서 “확고한 ESG경영 체계를 확립해 회사의 질적 성장과 미래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