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반기 실적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 새로운 기술중심 디지털은행이 등장하면서 전통은행들의 성장성에 의구심 품는 시선이 은행주 상승세를 가로막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뱅크 시총 앞에 더 초라해진 금융지주, 계속 밀리나 재평가 받나

▲ 4대 금융지주 로고.


상장을 눈앞에 둔 카카오뱅크는 순이익 규모에서 20배가량 차이나는 일부 금융지주 시가총액을 공모가 기준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25일 주요 금융지주와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올해 상반기 사상최대 반기 실적을 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신한금융지주도 무난히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중심의 이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순이익 증가세를 보여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는 실적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 국내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4~0.5배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가치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조 단위 연간이익을 내는 기업자체가 많지 않다"며 "은행주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를 필두로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은행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기존 은행들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지니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종가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주가를 살펴보면 약 두 달 전인 6월1일 기준 종가보다 대부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당시 주가 대비 하락폭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10.88%, 신한금융지주 -10.88%, 하나금융지주 -4.6% 등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그대로다.

곧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공모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18조5289억 원을 기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은행주 저평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뱅크 예상 시가총액이 1조 원대 반기 실적을 내는 하나금융지주(약 13조3천억 원), 우리금융지주(8조1천억 원)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2019년 처음으로 흑자를 낸 뒤 2020년 순이익 1136억 원을 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통 금융지주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장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와 관련해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22일 실적발표 이후 "곧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 기존 금융그룹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은행주가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뱅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3.4배 수준으로 0.4배 수준에 그치는 4대 금융지주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영업모델 및 수익성 구조 측면에서 시작부터 다르다"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섹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뱅크를 단순한 은행 종목이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로 봐야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저마다 디지털 전환을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부터 '고객중심의 디지털혁신으로 고객에게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내걸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7월 '제1회 신한문화포럼' 특강에서 "일류신한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일류그룹으로 새롭게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