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활동을 공식화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30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 티타임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홀로 행보 속에서 연일 구설수에 오르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입당을 권유하며 멍석을 깔아주고 있는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낫다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과거 정치에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비슷한 판단을 한다”며 “여의도 정치에 숙달된 사람들과 거리있는 사람들이 여의도 아닌 곳에 캠프를 차리려고 하는데 그런 모델은 대부분 성과가 안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방향이라면 열심히 달려가든 느리게 달려가든 그것 자체가 문제다.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윤 전 총장의 입당 필요성을 압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입당을 압박하는 한편 입당을 위한 멍석도 깔아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19일 YTN ‘뉴스Q’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정치적 거취에 관한 고민은 최대한 완벽하게 오래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8월 말까지 시간이 있으니 최대한 본인의 굳은 결심이 설 수 있도록 그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면 늦어도 8월 말까지 입당해야 한다고 못박았는데 거듭 8월 말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입당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입당설이 불거질 때마다 거듭 부인해 왔다. 이를 두고 나름의 대통령선거전략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보도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으로서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대선 고지에 오를 가장 효과적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와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 후보 등의 최종 보수야권 단일화가 11월경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할 시점을 놓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모 최모씨의 법정구속과 '
윤석열 X파일' 등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며 내부적으로 입당 논의를 본격화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잠재적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선수를 빼앗긴 측면도 있다.
윤 전 총장은 6월29일 정치활동 공식화 이후 한 달 가까운 나홀로 정치행보에서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았다. 이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에 그대로 드러난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다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7.8%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6.4%)와 오차범위 안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203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앞서 6월 2주차에 같은 기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35.3%의 지지를 얻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인 셈이다. 여권 최대 경쟁자인 이재명 지사는 6월 2주차 조사에서 23.1%로 윤 전 총장에게 크게 뒤처져 있었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거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대결에서도 우위를 나타내지 못하는 등 더 안 좋은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 하락세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정치적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목도 아프다. 당의 우산 아래 있었다면 피했을 실책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차라리 이제라도 입당을 결단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이 밖에 관료나 언론인, 변호사 출신들도 캠프에 가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비중 있는 정치권 인사를 찾아보긴 어렵다.
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 전 원장 캠프에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영우 전 의원이 상황실장으로 일하고 있고 현역 중진인 조해진 의원, 당내 원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최 전 원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윤 전 총장도 국민의힘의 유력 정치인들과 접촉면이 좁지는 않다. 5선의 정진석 의원이나 4선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사람 수로 따져도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윤 전 총장 주변에 있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안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당내 인물들도 당내 대선주자들이 엄연히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밖 윤 전 총장을 발벗고 도울 수 없는 노릇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시점을 좀 놓친 것 같다”며 “하지만 늦었을 때라도 빨리 들어와야 당의 도움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최근 보수층에 구애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국민의힘 입당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0일 대구의 코로나19 전담병원 동산병원을 찾아 “작년 2월쯤 대구에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커녕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와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며 거칠게 정부를 비판했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윤 전 총장은 “누구도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혁 등은 존중받을 만하다”고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