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이 과잉진료 문제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백내장 수술과 관련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관리에 부담이 돼 이를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일부 안과병원의 과잉진료를 문제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을 놓고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에 맞서 총대를 멨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보험사기 혐의로 수사기관에 병원을 고발한 사례는 많지만 혐의입증이 쉽지 않아 과잉진료가 반복됐다.
보험사들은 과잉진료를 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등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해상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병원의 과잉진료를 문제삼은 것이다.
앞서 현대해상은 5월 안과병원 5곳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문제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첫 사례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내린다면 다른 보험사들이 현대해상와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자료를 요청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공정위의 판단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해상이 보험사 가운데 실손의료보험을 가장 많이 판매해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시선도 있다.
2020년 말 기준 현대해상의 실손의료보험 보유계약은 578만 건이다. DB손해보험이 480만 건, 메리츠화재가 427만 건이며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이 각각 405만 건, 401만 건 수준이다.
현대해상 등 5개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보유계약 비중은 전체 손해보험사 가운데 약 80%에 이른다.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실손의료보험 비중은 전체 실손의료보험의 20%에 못 미친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들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30.5%에 이른다. 2019년에는 133.9%으로 집계됐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0원을 넘게 지급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와 올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는 등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7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출시된 것도 기존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대해상이 안과병원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안과병원의 백내장 수술이 정형외과의 도수치료 등과 함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이 17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보험금은 1조152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16년 지급된 백내장 관련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이 779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15배가량으로 급증한 것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5년 동안 백내장 수술 실손의료보험금 증가율은 연평균 70%로 같은 기간 수술건수 증가율이 10%인 점을 고려해도 과도하다"며 "실손의료보험 약관의 허점을 노려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근본적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내장 수술은 노화 등에 따라 회백색으로 혼탁해진 안구 안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수술시간이 20분 정도로 짧고 간단해 동네 병원에서도 손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
백내장 수술과 관련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청구금액 가운데 80% 이상이 비급여항목으로 구성됐다.
백내장 수술은 보험사기로 번지는 등 사회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다.
경찰은 법인 형태의 브로커 조직이 병원과 광고마케팅 계약을 맺은 뒤 실손의료보험 가입 내용에 따라 치료방법을 설계하고 병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등의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