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수제맥주 위탁생산(OEM) 확대로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넘을 수 있을까?

수제맥주의 위탁생산이 확대되면 롯데칠성음료는 공장 가동률을 높여 적자폭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 코로나19  확산 야속해, 박윤기 수제맥주 위탁생산 온힘

▲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14일 주류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롯데칠성음료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침으로 성수기인 여름에도 외식·유흥시장에서 매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까지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주류회사들은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여름 성수기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정부가 12일부터 25일까지 수도권에 4단계 거리두기를 적용하면서 집합금지조치가 유흥업 전체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오후 6시 이후에는 음식점이나 술집에 3명 이상이 모일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외식과 모임이 불가능해져 주류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이런 위기를 수제맥주 위탁생산을 늘려 돌파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수제맥주 전문회사인 제주맥주, 더쎄를라잇브루잉과 수제맥주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앞서 올해 2월에는 충주 맥주1공장에 ‘수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한 설비투자도 진행했다.

박 대표는 롯데칠성음료가 음료 대량생산과 유통에 강점이 있고 중소 수제맥주 전문회사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는 위탁생산 물량 추가 확보를 위해 수제맥주 전문회사들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몇몇 업체와는 현재 계약 체결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몇몇 업체와 추가 위탁생산을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며 “중소 수제맥주 전문회사의 위탁생산을 진행하게 되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려 비용 관리와 적자폭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년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된 가정용 맥주 판매량은 8억1660만 리터로 2019년보다 9.6% 늘었다.

편의점 중심의 수제맥주 판매량은 가정에서 주류 소비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편의점 CU에서 판매한 ‘곰표 밀맥주’는 품귀 현상을 빚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곰표 맥주를 출시한 세븐브로이는 수제맥주 전문회사로 곰표 밀맥주의 수요가 폭증하자 롯데칠성음료에 대량생산을 맡기는 계약을 맺었다.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위탁생산된 곰표 밀맥주’는 300만 캔이 2주 만에 소진되는 등 인기가 여전하다.

본래 주류 제조는 위탁생산이 불가능했다. 주문자와 제조자가 동일해야 했지만 올해 1월부터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같은 종류의 술을 생산하는 업체에 한해서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길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중소 양조업체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지 않아도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위탁생산을 맡은 업체는 설비 가동률을 높이며 추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제맥주시장도 본격적 성장기를 맞아 위탁생산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맥주시장에서 국산 수제맥주 판매량은 1180억 원 규모로 2017년 430억 원대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7배 이상 성장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공장은 2021년 1분기 평균 가동률이 46.5%로 2020년 1분기 평균 가동률 35.3%와 비교하면 11.2%포인트 높아졌다. 1분기가 전통적으로 주류업계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제맥주 위탁생산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맥주를 생산하는 롯데칠성음료 충주 1·2공장의 가동률이 지난해 20%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에는 2배 증가한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 1분기에 주류부문에서 매출 1603억 원, 영업이익 93억 원을 거뒀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8% 늘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박 대표는 위탁생산으로 주류부문에서 수익성 개선효과를 본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2017년부터 4년 동안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2017년 영업손실 420억 원 손실을 본 데 이어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영업손실 600억 원 규로를 냈다. 2020년에는 영업손실 260억 원 규모로 줄였지만 흑자전환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적자는 올해 200억 원 안팎으로 감소하고 내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롯데칠성음료가 맥주 위탁생산을 확대하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