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외이사 관련법규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회사법상 사외이사 적격성 기준의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의 선임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선출과정에서 기업의 부담만 늘릴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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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소 원장. |
한경연은 “기업부실 등을 단순히 사외이사의 전문성 문제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외이사 선임요건을 강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이에 걸맞은 인재풀이 좁아 선임과정에서 기업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이사회 자체가 구성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외부 전문가를 경영에 참여시키고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 상장사는 사외이사가 의무사항이다.
자산총액이 1천억원 미만인 벤처기업을 제외한 상장회사는 이사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이사수의 과반수(3명 이상)를 사외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사외이사의 자격요건과 결격사유도 상법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퇴직임직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지 못하게 하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계열사출신 임원도 사외이사로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해 놓았다.
이에 대해 한경연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 사외이사 제도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은 사외이사 관련 제도에 자격요건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일본도 회사법에 사외이사 선임요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외이사 도입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김미애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사외이사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선진국에서는 겸직에 관한 규제가 없거나 일정 수 이하의 사외이사직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며 “적격한 인력을 선임하는 데 드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겸직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사외이사 제한요건 가운데 특수관계인의 범위설정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을 특수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2촌 이내 친족, 미국과 영국은 직계가족인 동거인까지를 특수관계인으로 보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특수관계인 범위를 설정하는 취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이해관계자를 선임에서 제외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낮은 6촌 혈족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보다 이사회 운영제도 개선에 초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사외이사 선임요건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사외이사의 활동성과 효용성을 높이고 운영방안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