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반도체제조장비, 수소, 항공우주 등 한화그룹 신사업 전선을 두텁게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과 ‘빅딜’ 이후 매출이 정체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김 사장이 신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
 
한화그룹 신사업 전선 더 두텁게, 김동관 빅딜 뒤 매출정체 뚫어내기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


30일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따르면 한화그룹에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는 최근 반도체제조장비와 관련해 반도체 웨이퍼 식각장치 ‘E2FIT’, 반도체 웨이퍼용 증착처리장치 ‘P2FIT’, 반도체 가공용 박막증착장치 ‘I2FIT’ 등의 상표를 출원했다.

한화 기계부문은 7월 중순까지 하반기 경력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하는데 반도체장비 개발인력도 다수 모집한다.

이를 놓고 한화는 기존 태양광과 디스플레이 관련 제조장비사업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부문에서 메모리반도체 제조장비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신사업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은 반도체제조장비뿐 아니라 수소, 항공우주 등 다양한데 이 모든 사업의 중심에는 김동관 사장이 있다.

김 사장이 맡고 있는 한화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은 각 회사의 신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한화그룹 항공우주사업의 핵심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기임원에 오르는 동시에 한화그룹 우주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스페이스허브팀장까지 맡아 한화그룹의 항공우주사업도 총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로 한화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1순위 후계자로 꼽힌다.

김 사장은 과거 10년 동안 태양광사업을 육성해 한화그룹 주력사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한 뒤 단일사업이 아닌 한화그룹 전반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한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일은 한화그룹 전체 매출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화그룹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가량 꾸준히 매출이 늘어났으나 최근에는 매출이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2017년 매출 59조5천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년 연속 매출이 조금씩 감소해 지난해 56조6천억 원까지 줄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에서 방산과 화학사업을 인수한 이른바 ‘빅딜’에 힘입어 매출이 2014년 36조9천억 원에서 2015년 52조3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6년 동안 매출 50조 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신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이 힘주고 있는 사업들은 하나 같이 성장성 밝은 사업들로 꼽힌다.

반도체제조장비시장은 스마트폰, 대형 가상서버,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지속해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서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장비시장 규모는 약 711억9천만 달러 규모로 2019년보다 19% 늘었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와 중소형위성 등 미래 항공우주산업과 수소산업은 아직 시장이 본격 개화하지 않았지만 성장 기대감이 큰 분야로 꼽힌다.

항공우주산업만 보더라도 미국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민간기업 주도 아래 관련 우주시장 규모가 2040년 약 1조1천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제조장비와 수소, 미래 항공우주사업은 한화그룹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도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태양광셀 공정장비를 통해 이미 반도체 관련 진공 증착기술 등을 확보하고 있고 수소사업에서는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파워시스템 등을 통해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시너지를 노린다.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위성, 로켓사업 등을 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항공우주산업 육성 과정에서 수혜가 기대된다. 도심항공 모빌리티 쪽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만 보더라도 2030년 매출 목표로 11조4천억 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한화그룹 전체 매출의 20%에 이른다.
 
한화그룹 신사업 전선 더 두텁게, 김동관 빅딜 뒤 매출정체 뚫어내기

▲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버터플라이’ 모형. <한화시스템>


김 사장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중장기 비전뿐 아니라 중간 단계의 실질적 이익도 바라보며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김 사장이 최근 들어 힘주고 있는 수소혼소발전사업에서도 잘 나타난다.

수소혼소발전은 가스터빈에서 수소와 LNG(액화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수소사회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사업으로 평가된다.

한화그룹은 최근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철회하고 삼성그룹으로부터 지분을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을 놓고도 수소혼소 등 수소 관련 사업 육성을 이유로 들었다. 

한화종합화학은 3월 세계적 가스터빈업체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를 인수해 국내 최초로 수소혼소발전기술을 확보했다.

김 사장은 5월31일 서울에서 열린 ‘2021 P4G정상회의’ 가운데 ‘더 푸르른 지구를 위한 저탄소에너지 해법’을 주제로 열린 에너지세션 기조연설에서 “기존 생산설비를 활용하면서도 획기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수소혼소발전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P4G는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열리는 글로벌회의로 김동관 사장은 국내 대기업 CEO 가운데 정상회의 기간 유일하게 기조연설을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