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기업공개 대표주관을 맡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놓고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회사의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일이 주관사의 주요업무 가운데 하나인 만큼 고평가 논란에 속앓이를 하게 됐다.
 
SKIET 이어 크래프톤도 고평가 논란, 대표주관 미래에셋증권 부담

▲ 미래에셋증권 로고.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산정 과정을 놓고 기업가치 부풀리기 논란 일고 있는 점에서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주관역량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적정 기업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비교기업을 선정하고 그를 바탕으로 설득력있게 적정 기업가치 및 주가를 산출하는 일은 주관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기업가치 산정 등은 주관역량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모가 및 공모규모 등은 주관사와 발행사가 협의해서 정한다.

발행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게 책정하려고 할 수밖에 없지만 주관사는 발행사의 눈높이 외에 시장 상황과 질서 등을 고려해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을 두고 고평가 논란 계속되면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와 시장상황보다는 발행사의 눈높이를 위주로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주관도 맡았는데 이 때도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는데 특히 습식분리막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2차전지시장이 습식분리막을 쓰지 않는 전고체전지 위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으로서는 대표주관을 맡은 기업공개를 두고 연이어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을 두고 고평가 기업가치 등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와 미래에셋증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이 16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적정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업체 외에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크래프톤은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사업을 펼쳐 글로벌 콘텐츠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수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이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글로벌 콘텐츠기업과 달리 크래프톤은 아직 지식재산권(IP)을 통한 콘텐츠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우량기업을 비교대상에 포함하면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중요사항에 거짓이 있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된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가치 등이 정정신고서 요구의 원인이라고 밝히지 않았는데 시장 개입에 따른 관치금융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와 관련해 단순 기재오류인지 적정 기업가치가 문제인지 금감원이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아 의혹만 무성해지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상장 기업의 적정가치를 두고 엇갈린 시선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상장 뒤 주가 흐름에 따라 고평가 논란이 무색해질 수도 더욱 불이 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