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업황은 하반기부터 다소 하향세를 그릴 것이란 시선이 만만치 않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소재분야에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더해 올해 들어 채권 발행으로 2조 원가량 자금도 확보해둬 실탄도 든든하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올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올해 LG화학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조7천억~5조2천억 원을 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7980억 원보다 180%가량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2017년 2조9285억 원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조4081억 원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런 기세를 2분기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의 실적 호조는 코로나19 뒤 세계 경기회복에 힘입어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폴리염화비닐(PVC), 에틸렌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석유화학업황이 2분기 고점을 찍은 뒤 3분기부터 점차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이 예상돼 대부분 석유화학기업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증가세가 점차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폴리에틸렌의 원료인 에틸렌 생산설비는 연간 수요증가량을 뛰어넘는 증설이 진행 또는 예정돼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에틸렌 수요량은 매년 700만 톤 늘어나는 데 비해 세계 에틸렌 생산량은 올해에만 1100만 톤 이상 늘어난다.
석유화학업황 조정 전망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들어 대규모 자금 확보에 성공했는데 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시선이 몰린다. 특히 가장 주목되는 점은 배터리소재기업 인수합병(M&A)이다.
LG화학은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첨단소재사업부문의 배터리소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수합병, 합작사(JV)설립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소재를 중심으로 첨단소재사업부문 매출을 5년 안에 2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지난해 LG화학 첨단소재사업부문 매출은 2조2635억 원을 보였다.
LG화학은 현재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전해질) 가운데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양극재 제조 원천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극제 제조기업을 추가 인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LG화학이 한 일본 분리막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LG전자의 분리막사업을 LG화학으로 이전할 공산도 크다는 시선도 배터리소재업계에서 나온다.
앞서 5월 LG화학은 중국 배터리 동박 제조기업 지우장 더푸 테크놀로지에 400억 원 지분투자를 통해 배터리소재 역량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동박은 얇은 구리판으로 배터리 음극재에 사용되는 핵심소재로 꼽힌다.
LG화학이 배터리사업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뒤 배터리소재를 새 성장동력으로 꼽은 점을 고려해보면 양극재 다음으로 배터리에서 원가비중이 높은 분리막, 음극재 분야의 배터리소재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도 "LG화학은 최근 여러 사업에 흩어져 있던 배터터리소재 관련 사업을 첨단소재사업부문으로 통합했다"며 "추가 배터리소재 확장을 위해 인수합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바라봤다.
신 부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전기차배터리시장과 함께 배터리소재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다"며 "기술선도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시장 성장과 함께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도 2020년 139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254GWh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소재시장 역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신 부회장은 올해 들어 채권 발행으로만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했다. 막대한 영업이익 외에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만큼 대규모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LG화학은 29일 글로벌 그린본드(녹색채권) 1조1천억 원을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기후변화,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 및 인프라 투자에 사용이 한정된 채권이다.
LG화학은 이 채권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배터리소재, 친환경 플라스틱소재, 재생에너지소재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월에도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일자리창출, 중소기업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에 사용)가 결합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채권 8200억 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세계적 ESG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 발행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며 "배터리소재와 관련해 인수합병 등 여러 전략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