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어디까지 영향력을 확대할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그룹이 말 그대로 국내 증시를 ‘접수’할 기세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삼성전자만 해도 5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214조 원 이상으로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0%를 넘는다.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는 시총 규모다.
코스피지수 역시 삼성전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기침만 해도 코스피가 알아눕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갈 정도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 규모를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상장사 전체로 확대하면 비중은 더욱 높아져서 무려 28%에 이른다.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 한국증시 전체 시총은 37조1761억 원이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20조9805억 원이 늘어 전체 증가분의 56.4%를 차지했다. 그만큼 삼성그룹의 주식시장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거대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예고했다. 연내 상장계획을 밝힌 삼성SDS가 상장될 경우 주가는 20만 원 안팎, 시가총액은 최대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예상주가 365만 원에 시가총액 9조1천억 원을 점치고 있다. 이들을 단순 합산하면 삼성그룹의 시총은 30%에 육박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삼성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영승계를 위해서 삼성전자가 배당성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220만~24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상승해도 삼성그룹의 주식시장 비중은 31.2%가 된다. 증권가 예상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다면 전체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38~39%까지 높아진다. 40%도 넘볼 수 있다.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이 스웨덴 전체 주식시장의 40%를 차지한 적이 있는 게 전부다. 발렌베리 그룹은 자주 삼성그룹과 비교 대상에 오르는 스웨덴의 유력가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우리 증시가 위기에 취약해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투자전문가는 “최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 역동성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반대로 삼성그룹에 대한 불안요소가 발생하면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국지적 이슈가 전체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국내 증시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나친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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