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 5곳에 부과된 과징금 2349억 원은 공정위가 그동안 기업집단의 계열사 부당지원을 조사한 이래 최대 액수다. 하지만 과징금의 규모보다 최 전 부회장의 고발이 더욱 주목받는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제재 발표를 앞두고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전원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삼성전자 등 4개 회사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이뤄졌다고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웰스토리 부당지원이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삼성그룹 과징금 부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에버랜드의 사업 중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자회사 삼성웰스토리의 급식사업이 사실상 유일했고 삼성웰스토리의 수익은 오직 내부거래에서만 나왔다”며 “미래전략실로서는 웰스토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의 급식물량을 몰아줄 이유가 있었다”고 바라봤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는 에버랜드의 핵심 현금 창출원으로서 삼성웰스토리를 향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결과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하도록 합병비율이 산정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이 최초 공시한 분기보고서인 2015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8%가 삼성웰스토리에서 나왔다.
삼성웰스토리를 향한 지원에 이 부회장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됐다고 공정위가 볼 만한 소지가 있었던 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로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거쳐 삼성물산의 지분 16.4%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의 핵심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연쇄 합병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많이 확보하는 길은 첫 합병에서 삼성에버랜드, 이은 합병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것이었다.
공정위는 미래전략실이 삼성웰스토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뿐만 아니라 삼성웰스토리에 유리한 급식계약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데도 개입했다고 봤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4개 회사와 삼성웰스토리의 사내급식 계약은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 및 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을 통해 삼성웰스토리가 높은 이익률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구조가 설정됐다.
단체급식업계에서 이런 조항을 계약에 넣는 회사는 삼성웰스토리가 유일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삼성전자 등 4개 회사는 삼성웰스토리가 식재료비의 25% 이상을 마진으로 남기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계약에 넣어 식사 품질을 유지하고 삼성웰스토리의 부당이익을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은 삼성전자 등 4개 회사가 식재료 시장가격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이 안전장치마저 무력화했다고 공정위는 바라봤다. 아울러 미래전략실이 외부업체에 식당 일감을 맡기기 위한 경쟁입찰이 추진될 때마다 개입해 입찰을 무산시키기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등 4개 회사로부터 누적 영업이익 4859억 원을 거뒀다. 이는 같은 기간 단체급식시장 전체 영업이익 합계인 1조2304억 원의 39.5%에 이른다.
이 기간 삼성웰스토리의 단체급식시장에서 영업이익 기준 점유율은 44.9%에서 64.1%까지 높아졌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의 이런 성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부당합병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판단이 삼성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판단은 이 부회장의 재판과 별개의 사안인 만큼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공정위 판단은 최종 판결이 아닌 행정절차인 만큼 행정소송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