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권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수소 혼소발전 가스터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사장는 2019년 한화그룹에 영입됐는데 터빈, 발전기사업 전문성을 살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힘을 주는 수소사업을 뒷받침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한화종합화학 수소 터빈 힘줘, 박흥권 '김동관사업' 뒷받침

▲ 박흥권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24일 한화종합화학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가스터빈기업인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 인수 절차를 조만간 매듭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3월 PSM과 ATH의 인수 계약을 맺으며 애초 6월 안에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거의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PSM과 ATH는 이탈리아 가스터빈 기업 안살도 에네르기아의 자회사로 수소 혼소발전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했다.

수소 혼소발전 가스터빈(H2GT, Hydrogen To Gas Turbine)기술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수소 연료를 혼합해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연소한 가스로 터빈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한화종합화학은 가스터빈 분야에서 해외기업과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해외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세계 가스터빈시장은 GE(58%), 지멘스(27%), 미쓰비시파워(11%), 안살도 에네르기아(4%) 등 4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종합화학은 3월 한국서부발전과 협약을 맺고 평택1복합발전소에서 수소 혼소발전 가스터빈을 실증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PSM과 ATH 인수를 완료하면 수소 혼소터빈 기술개발 속도를 당길 수 있다.

박흥권 사장은 3월 서부발전과 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수소 혼소발전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세계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한화종합화학의 수소 혼소터빈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인물로 평가된다. 두산중공업에서 오랫 동안 터빈·발전기비즈니스그룹(BG)를 이끈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1971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나대학교 와튼스쿨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10년 동안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컨설턴트에서 일한 뒤 2004년 기획조정실 전략기획담당으로 두산중공업에 입사했고 전략기획담당, 영업관리총괄을 거쳐 2013년부터 6년 동안 터빈·발전기BG장을 지냈다.

2019년 한화 전략부문실장 사장으로 한화그룹에 영입된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화종합화학 사업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종합화학은 박흥권 사업부문 대표와 박승덕 전략부문 대표의 각자대표체제를 갖추고 있다.

박 사장은 앞으로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수소사업을 뒷받침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한화솔루션 계열사인 한화종합화학 대표로 자리를 옮긴 시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사장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에 선임된 시점과 같다.

한화 전략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 사장과 박 사장은 한화 전략실에서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다.

김 사장은 수소, 태양광 등 친환경사업을 내세워 한화그룹 신사업을 주도하는 만큼 1971년생으로 그룹 경영자들 가운데 비교적 젊은 박 사장이 이를 보좌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박 사장은 순혈주의 기조가 강한 한화그룹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외부 영입인사로서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김승연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과감하게 외부 핵심인력을 영입해 각사가 더 큰 사업기회와 성장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박 사장은 그 해 영입됐다.

김 회장이 신사업을 위한 외부 인재영입을 강조한 점을 볼 때 박 사장이 수소 혼소발전 가스터빈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그룹 내 위상을 높여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 안에서 대표적 외부영입 인사로는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인 옥경석 한화 기계부문 대표이사 겸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 사장이 꼽힌다.

옥 사장은 2016년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사업부 사장으로 영입된 뒤 2017년 한화 화약부문, 화약방산부문 대표를 거쳐 기계부문 대표에 올랐고 한화 이사회 의장도 맡으며 그룹 안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 사장은 상장이 미뤄진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위해서도 수소 혼소터빈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상장예비심사까지 신청했던 한화종합화학 상장을 중단하며 '석유화학 중심 회사'에서 '지속가능 미래형 기업'으로 변화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23일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1조 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하면서 진행하던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 방산부문 계열사 4곳 인수를 추진하면서 자금사정을 고려해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는 인수하지 않고 남겨 뒀다. 대신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쥔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팔 수 있도록 2022년 4월 안에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한화그룹은 한화종합화학 상장 대신에 직접 지분인수를 통해 삼성그룹과 빅딜을 마무리한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향후 기업의 성장과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한화종합화학 상장 재추진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