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하반기에 1천억 원 안팎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후순위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지급여력비율이 20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손해보험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2016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후순위채 발행 이후 2019년 9월 유상증자로 1600억 원을 확보한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 특별히 자본확충에 나서지 않았다.
최창수 대표가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재무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분기 NH농협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77.9%로 지난해 말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유상증자 영향으로 2019년 말 211.8%까지 오른 뒤 분기별로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NH농협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를 넘긴다.
하지만 최 대표로서는 안심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NH농협손해보험은 다른 보험사와 달리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고 있어 지급여력비율 관리에 다손 불리한 점이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업인의 경영불안 해소 및 소득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보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NH농협손해보험이 독점 운영하고 있으며 판매채널도 지역 농·축협에 한정돼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늘면서 농지면적 기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2018년 33.1%, 2019년 38.9%, 2020년 45.2% 등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눈 수치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이 늘어날수록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늘어나 지급여력비율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이 NH농협손해보험 수익에 부담을 주는 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지난해 NH농협손해보험이 거둔 연간 순이익이 463억 원인데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발생한 손실이 300억 원 수준이다.
순이익이 증가하면 이익잉여금 적립이 늘어나고 이는 가용자본에 포함돼 지급여력금액이 늘어난다.
결국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본확충과 이외에도 순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농작물재해보험이 최 대표의 발목을 잡고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후순위채 발행에 앞서 금리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자본계정 재분류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보유하고 있던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지난해 말 47.3%에서 올해 1분기 41.3%로 낮추고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19%에서 22.5%로 높였다.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은 회계상으로 매도가능증권과 만기보유증권으로 나뉜다.
매도가능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이 올라 자본증가로 이어져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한다. 반면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 가격 하락으로 자본이 감소해 지급여력비율이 줄어든다.
만기보유증권은 시장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증권 취득시점의 공정가액만 계산해 장부에 반영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0.976%에서 올해 1분기 말 1.133%로 0.15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713%에서 2.057%로 0.344%포인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1.823%에서 2.150%로 0.327%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고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 모두 채권재분류와 자본확충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NH농협손해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농작물재해보험을 판매하고 있어 다른 보험사보다 지급여력(RBC)비율 관리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