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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금융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기금 등 연기금을 동원해 국내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의 움직임이 공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국민들의 노후 재산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민연금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상대응계획 가운데 하나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국내 주식 매입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나빠질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카드로 연기금의 주식 매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주식 매입을 강제할 수는 없고 ‘요청’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현재와 같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핵심주체인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안정에 필요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시장상황이 어려워지고 투자심리가 과도하게 위축되면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과감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여기 모인 여러 기관은 펀드 조성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이 언급한 비상대응계획의 핵심이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의 주식매수 독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증시 부양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기금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506조7천억 원에 이른다.
부문별 투자현황은 국내채권 52.7%, 국내주식 18.9%, 해외주식 13.6%, 해외채권 4.2%, 대체투자(부동산 등) 10.1% 등이다. 국내 채권과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 한도는 전체 자산의 20%인데 운용자산 증가에 따라 국내 주식 투자 가능 규모는 올해만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월 예금사업 부문(61조 원)의 국내 주식 투자한도를 10%에서 20%로 확대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최대 30조 원에 이르는 큰돈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기금이 국내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가진 292개 상장사의 16일 기준 지분평가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4.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폭 3.7%보다 손실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하락장에서 매도를 자제하고 오히려 쏟아져 나오는 매물을 받아준다면 손실을 볼 게 뻔하다”며 “노후 보장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면 국민의 미래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연기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의 돈을 정부가 증시 방어막으로 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기금의 해외 투자비중을 확대하고 여러 자산에 고르게 투자하는 ‘투자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매입은 이러한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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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
이윤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국민연금기금의 자산 운용 비중이 국내 시장에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국내 주식을 확대했는데 주가 하락이 발생한다면 결국 국민들의 노후 자산에 큰 손실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국민연금 등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부실대응 책임을 지고 경질됐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그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해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15일 새로 임명된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구 계성고, 성균관대 1년 후배로 공모 때부터 ‘정권 실세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