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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7층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기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특히 현대상선이 목숨을 걸고 용선료를 내리는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개별 기업의 정상화 가능성과 자구노력을 구조조정 원칙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끌려 다니는 구조조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때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구조조정은 상시적이고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기업과 대화하는 데 시간을 너무 쓰다가 적절한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 구조조정의 최대 문제로 2007~2008년에 체결됐던 높은 가격의 용선료 계약을 지목했다. 현대상선은 당시 외국 선주들로부터 8~10년 동안 선박을 빌리는 장기계약을 체결한 탓에 시세보다 5~10배 더 많은 용선료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용선료 계약을 체결한 선주들이 용선료를 인하하고 선박금융과 공모채 채권단도 채무를 재조정하는 등 이해당사자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현대상선도 채무를 조정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만큼 이해당사자들과 목숨을 걸고 협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 116곳 매각작업을 맡을 출자관리위원회(가칭)를 2월 말에 발족하기로 했다. 출자관리위원회는 산업은행 부행장 3명, 산업은행 사외이사 1명, 외부인사 5명으로 구성된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문제는 산업은행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사안”이라며 “첨단 조선기술과 방위산업의 경쟁력 등 대우조선해양의 장점을 살려 정상화로 가까이 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의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중국 인프라에 투자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글로벌 프로젝트 금융지원 규모도 지난해 12억 달러에서 올해 17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 회장은 “여러 국제 거래에서 중국이 완승하고 있는 저변에 파이낸싱이 있다”며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국민연금 등 글로벌 담당자들과 논의해 해외 프로젝트의 승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보은인사’ 논란에 대해 “40년 금융인생 가운데 32년을 은행에서 일했고 캐피탈과 자본시장에도 종사했다”며 “보은인사라고 보기에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진짜 보은인사인지는 1~2년 뒤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