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사업에서 일시에 선두권으로 올라서게 됐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구매력과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이베이코리아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페이를 적극 활용하는 등 네이버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이마트 한 방에 온라인 역전, 정용진 네이버 시너지는 숙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네이버 컨소시엄이 롯데쇼핑을 제치고 이베이코리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세계그룹이 국내 이커머스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자회사 SSG닷컴이 이커머스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이 2020년 기준 3%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15%까지 점유율 확대해 쿠팡(13%)을 넘어서 2위에 오르게 된다.

정 부회장은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SSG닷컴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대규모 인수합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고객을 더 끌어오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SSG닷컴 등 자체사업만으로는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19년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자회사 SSG닷컴을 통해 이커머스사업을 펼쳤지만 신선식품 중심의 사업만으로는 이커머스시장 확대에 발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 경쟁자였던 롯데쇼핑보다 1조 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를 키워 이커머스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이마트가 들고 있는 구매력과 물류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부적으로는 오픈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내 직매입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 통합까지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연계한 옴니채널로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업체가 보유하지 못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물류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이마트가 보유한 오프라인시설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마트는 전국 매장 114곳 안에 마련된 피킹앤패킹센터(PP센터)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데 이 공간을 계속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PP센터는 매장 후방을 물류센터로 개조해 만들고 있다.

주요 거점 이마트 매장을 매장형 물류센터(EOS)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업체의 약점은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점포나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과 라스트마일(배송의 마지막 단계) 인프라의 부재인데 이마트는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부회장은 네이버와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 포인트와 네이버페이, 이베이코리아 멤버십을 연계한 패키지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바라본다.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활용해 쇼핑, 간편결제, 포인트적립 서비스를 묶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는 2020년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3천만 명, 거래액은 7조8천억 원에 이르러 국내 최대 모바일결제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선불 충전금을 충전하거나 사용할 때 포인트를 더 주는 혜택을 통해 가입자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이 자체 간편결제시스템인 SSG페이 대신 네이퍼페이를 활용하는 것이 이커머스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에 훨씬 유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이 만약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를 이마트에 장착해 네이버페이 결합과 신세계포인트 적립 패키지 전략에 나선다면 이마트의 온라인 거래액은 기존 3조9천억 원에서 24조 원으로 뛰어오를 것이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성공하려면 신사업, 네이버와 제휴를 고려한 사업전략이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협력으로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사업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의 플랫폼 경쟁력이 더 강한 만큼 이커머스사업에서 결국 네이버가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 부회장의 주요 과제는 SSG닷컴, W컨셉, 옥션, G마켓, G9 등 자체 플랫폼의 특성을 더 강화해 네이버와는 차별화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될 수 있다.

오린아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자체보다 인수한 뒤 기업의 전략 방향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