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불연재료란 불연재료(가열해도 연소하지 않는 소재)에 준하는 성질을 지닌 재료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적합한 재료를 말한다. 난연 성능평가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섭씨 700도 수준 환경에서 준불연재료는 10분, 난연재료는 5분 정도를 견뎌 대피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3월4일 건축법 하위규정 개정안을 입법 및 행정예고 했다. 2020년 4월19일 이천 물류창고화재, 2020년 10월8일 울산 주상복합건물 화재 등 잇따른 대형화재로 인명사고가 일어나자 국내 건축물의 화재 안전도를 높였다.
특히 이 화재사고에서 샌드위치패널과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 등 외벽 복합 마감재료는 화재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런 재료를 놓고 화재안전성 강화에 나섰다.
이번 정부 조처로 외벽마감재료는 6월29일부터 뒷면과 측면까지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는 건물 외벽 시공 때 바깥으로 향하는 한 쪽 면에만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갖추면 됐다.
한 걸음 나아가 12월23일부터는 복합소재의 심재(패널 안에 심어넣는 재료)까지 준불연 이상의 성능을 확보한 단열재만 건축에 쓸 수 있다. 또한 샌드위치패널과 복합외벽 마감재료는 현행 난연 성능시범에 추가로 ‘실대형 성능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기존에는 소규모 표본(10cm X 10cm X 5cm) 시험을 통해 난연 성능만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로는 화재 확산 위험·건물 붕괴 등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실제 화재와 유사한 조건에서 화재 연소·확산 등을 평가하는 시험방법을 실시하기로 했다.
준불연재료 건축자재는 단기간에 개발하거나 화재안전성능을 높이기 어렵다.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단열재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미 관련 제품을 개발한 LG하우시스와 HDC현대EP가 규제가 강화된 단열재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축용 단열재시장 규모는 2018년 1조3200억 원에서 2022년 1조53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준불연 이상 단열재시장은 같은 기간 동안 1900억 원 수준에서 38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4년 동안 곱절이나 커지는 셈이다.
LG하우시스는 2009년 LG화학의 산업재사업부문이 분할돼 출범한 건설자재, 자동차소재 생산기업이다. 건설자재 주요 제품으로는 창호, 마루, 시트, 벽재, 바닥재, 인조대리석 등이 있다.
2021년 5월 업계 최초로 심재 불준연 PF(페놀폼)단열재를 출시했다. 공인시험기관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로부터 PF단열재 제품의 전체 면(앞면·뒷면·측면 등 모두 6면)이 준불연 성능을 갖춰 적합 판정을 받았다. 내부 심재 재료에 관한 준불연 성능도 별도로 적합 검증을 받았다.
여기에 2022년 3월 완공을 목표로 1천억 원을 들여 고마진 주력제품인 PF단열재 4호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50%가량 늘어나 연매출 4천억 원을 올릴 수 있다.
적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소재 및 산업용필름사업부 매각을 통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벌이고 있다.
앞서 LG하우시스 3월31일 현대비앤지스틸과 자동차소재 및 산업용필름사업 부문의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가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업계는 LG하우시스가 자동차소재 및 산업용필름사업부의 적자를 줄이며 다시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HDC현대EP는 2000년 설립된 합성수지소재 전문기업이다. 사업부문은 자동차 내외장재의 소재를 생산하는 폴리올레핀(PO)사업, 전기·전자제품과 건자재용 소재를 생산하는 폴리스티렌(PS)사업, 배관재 등을 생산하는 건자재사업으로 구분된다.
2020년 9월 고난연 발포 폴리스티렌(EPS)를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 폴리스티렌(EPS)는 단열성능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높아 건설현장에서 널리 사용됐으나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 최근 새 제품으로 대체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포 폴리스티렌패널이 전체 단열재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주로 중소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한층 강화한 화재 안전기준과 성능시험이 시행됨에 따라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늘고 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EP는 고난연 발포 폴리스티렌 제품을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며 “고난연 발포 폴리스티렌 제품은 출시 뒤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