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가 LG에서 LX홀딩스 산하로 이동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장비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이다. 시스템반도체 가운데 디스플레이구동칩을 주력으로 개발해 왔다. 개발한 반도체는 외부에서 위탁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은 따로 두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웍스는 25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LX세미콘으로 이름을 바꿈과 동시에 사업목적에 반도체장비를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 사업목적인 ‘반도체 설계 및 제조’ 항목을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응용부품 등의 설계, 제조, 설계용역, 판매, 유지보수 및 관련 부가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실리콘웍스가 이처럼 신사업을 모색하는 것은 LX홀딩스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구본준 회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리콘웍스는 최근 LG상사, LG하우시스, LGMMA와 함께 LG에서 LX홀딩스 산하로 자리를 옮겼다.
구본준 회장은 과거 LG그룹에서 LG반도체, LG필립스LCD 등 첨단산업의 육성을 주도했다.
비록 LG반도체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다른 기업에 넘어갔지만 LG필립스LCD는 현재 세계적 기업인 LG디스플레이로 탈바꿈해 LG그룹의 한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다.
구 회장은 첨단 제조업에서 투자를 망설이면 곧바로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LG필립스LCD의 성장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구 회장이 LX홀딩스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에 있는 실리콘웍스에도 적극적 투자를 펼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실리콘웍스는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매출채권 3600억 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언뜻 작지 않은 금액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리콘웍스는 반도체장비사업을 새로 추진할 경우 기존에 없던 생산시설을 건설하거나 다른 기업으로부터 사들이는 동시에 관련 연구개발도 추진해야 한다. 또 본업인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관한 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실리콘웍스가 생소한 반도체장비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LX홀딩스 차원의 조력과 투자가 필수인 셈이다.
다만 LX홀딩스가 LG그룹으로부터 완전히 계열 분리해 LX그룹으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반도체장비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계획을 빠르게 수립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사업목적은 향후 추진 가능성을 고려해 변경하는 것이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업계 동향은 반도체장비분야에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반도체장비기업들도 장비 수요가 증가하는 등 호황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반도체장비 투자규모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71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는 반도체장비 투자가 올해는 전년 대비 15.5%, 2022년에는 올해보다 12% 증가해 3년 연속 신기록을 새로 쓸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