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시장에서 구글과 연합전선을 편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이미 노트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한 경험이 있다. 노 사장은 스마트워치에선 구글과 힘을 합쳐 웨어러블(입는)기기를 매개로 열 수 있는 헬스케어시장의 공략 가도를 놓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8일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행사에서 스마트워치 신제품 갤럭시워치4와 갤럭시워치4 액티브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MWC는 해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바일기기 전문 박람회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를 고려해 올해 행사에 온라인으로 참가한다.
삼성전자 전자기기 전문매체인 샘모바일을 포함한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MWC에서 구글과 협업해 만든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선보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워치에 자체개발 운영체제 ‘타이젠OS’를 적용했다.
이번 MWC에서는 구글의 웨어러블기기 전용 운영체제 ‘웨어OS’와 타이젠OS를 통합한 새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워치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태문 사장은 구글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스마트워치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이 1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스마트워치시장의 33.5%를 점유한 1위 회사다.
2위는 8.4% 점유율의 중국 화웨이이며 삼성전자는 8% 점유율의 3위 회사다.
운영체제 기준으로 보면 애플의 iOS가 점유율 33.5%의 1위, 삼성전자 타이젠OS가 8% 점유율의 2위, 화웨이 라이트OS가 6.7%의 3위, 구글 웨어OS가 3.9%의 4위다. 그 뒤를 스마트워치 전문회사 핏빗의 핏빗OS가 3.7%로 추격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해 7월 스마트워치회사 핏빗의 인수를 결정했다. 삼성전자, 구글, 핏빗의 운영체제 점유율을 합치면 15.6%로 애플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전자업계에선 노 사장이 단순히 스마트워치시장의 공략을 위해 구글과 협업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워치 자체로는 삼성전자에 큰 의미가 있는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업에는 스마트워치를 넘어 더 큰 파생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태크내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워치시장은 2024년까지 연 평균 11%씩 성장해 2024년 145억7천만 달러(16조 원가량)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에서 무선사업부를 포함한 IM부문(IT기기와 모바일기기)이 해마다 매출 100조 원을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워치 자체는 그다지 큰 시장이 아니다.
다만 스마트워치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가 아니다. 사용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웨어러블기기의 대표격으로 사용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기에 최적의 전자기기다.
이 건강정보를 활용하면 개인에 맞춤형 헬스케어 마케팅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국내 기준으로는 아직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수집한 사용자 건강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제한적이다.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위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인정보 가운데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을 삭제한 ‘가명정보’를 맞춤형 헬스케어 마케팅에 활용할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1월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분야의 가명정보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개인의 인적사항과 식별자, 유전체 등의 정보 가운데 일부를 삭제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은 규모가 2019년 1060억 달러(118조 원가량)에서 연 28.5%씩 커져 2026년 6394억 달러(713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CE부문(소비자가전)에 헬스케어사업을 담당하는 의료기기사업부가 있다. 다만 실적 기여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노 사장이 갤럭시워치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놓는다면 삼성전자로서는 무선사업부와 의료기기사업부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노 사장은 노트북에서 이미 외부 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 갤럭시워치4의 예상 사진. <안드로이드오소리티> |
삼성전자는 5월 갤럭시 노트북 ‘갤럭시북’ 시리즈의 신제품인 갤럭시북프로360과 갤럭시북프로를 내놨다.
노 사장은 이 제품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윈도우 운영체제 기반의 갤럭시북과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 모바일기기나 삼성전자 가전 등 전자기기를 하나의 생태계로 엮기 위한 앱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보유하고 있다.
갤럭시워치4가 구글과 연합전선을 통해 스마트워치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면 노 사장은 사업전략 구상의 폭을 스마트워치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 전자기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전사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 사장은 지난 4월 진행한 갤럭시북프로 언팩행사에서 “휴대성, 연결성, 연속성. 이 모든 것은 항상 갤럭시 사용자 경험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연합을 통해 탄생할 갤럭시워치4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강점인 연결성을 헬스케어시장으로 확대하고픈 노 사장의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