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사장이 이끄는 제일기획의 내부거래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다른 그룹의 광고 계열사들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일감 나누기 차원에서 외부 광고회사에 광고제작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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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
제일기획이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와 거래한 국내 매출액이 전체 국내 매출액의 73.4%인 것으로 5일 집계됐다. 제일기획의 전체 국내 매출액은 총 8969억4700만 원이다. 이 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은 6586억7600만 원이다.
제일기획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1년 50%대였으나 2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여기에 해외매출까지 더해진다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해외 광고 취급액 중 삼성전자 물량은 80%가 넘어간다. 앞으로도 이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해외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계열사에 대한 법적용여부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광고회사들이 그룹 해외광고 수주를 못하게 할 경우 경쟁관계에 있는 글로벌 광고기획사 배만 불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스스로 계열사 광고제작을 외부 광고회사에게도 개방하는 일감 나누기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일감 몰아주기로 혁신적인 광고업체들이 사장된다면 시장 전체의 역동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광고산업을 대표적 일감 몰아주기 분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일부 계열사에서 외부 광고회사를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참여시켰고 그 결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광고는 외국계 광고회사 TBWA가 맡아 진행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금융계열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등 제조분야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광고제작에 외부 기업을 참여시키는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광고물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광고는 여전히 제일기획의 독차지다. 삼성그룹의 일감 나누기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 없이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광고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광고는 마케팅 전략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보안상 외부에 맡기기 어려운 측면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 국내 본사가 발주한 해외광고 물량도 외부에 개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일기획과 달리 국내 주요 그룹 광고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점차 들어들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은 지난해 46.04%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보다 11.73%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도 2012년 내부거래 비중이 74.97%였으나 지난해 20.19%포인트나 줄어든 54.78%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이미지 광고와 신차 광고를 외부 광고기업이 제작했다. SK그룹 역시 지난해 기업PR광고와 SK에너지 등 주요 계열사 광고를 외부로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