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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한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한 관계자가 곤혹스런 모습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입주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124개 입주 기업들은 연 6천억원이 넘는 생산액 차질을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처 손실 등 무형의 피해액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해규모는 아직 산정도 못해봤다”며 “업체마다 사정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60~70%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정부가 기업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국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개성공단 운영을 포기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사전에 기업들하고 조율되고 협의돼서 기업들의 손실이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없이 통보하면 북한이 2013년에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조만간 입주기업들을 대상으로 임시총회를 연 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11일부터 개성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측으로 넘어온 간호사 김모씨는 “오늘 북한 측 근로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며 “북측 근로자들이 ‘공단을 정말 폐쇄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성공단은 11일부터 사실상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박모 대표는 “2013년에는 그래도 우리가 만든 제품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측에서 제대로 승인을 해줄지 모르겠다”면서 “개성공단은 남북의 연결고리이자 대표성을 띤 창구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개성공단 내 기업들의 생산액은 5억1549억달러(약 6172억원)를 기록했다.
정부의 초기 개성공단 투자액 5568억원과 각 업체들의 현지 투자액 등도 공단 가동이 중단되면 회수하기 어렵게 된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 162일 동안 남측 입주 기업이 입은 피해액은 1조566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입주기업 중 59개 회사가 보험금 수령을 신청해 1761억원을 받았다. 이번에 보험가입 기업들이 받을 보험금은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조원대로 예상되는 실제 피해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자금애로 상담반’을 이날 설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국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총 1조1069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은행과 보험사에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금 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