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노사협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노사협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노사문제 관련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25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28일까지 노사협의회 구성원을 선출하기 위한 후보자 등록을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년마다 선거를 통해 노사협의회를 구성한다. 올해 선거는 6월9일과 6월10일 열린다.
노조는 이번 선거를 놓고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협의회 선거에서 혹시 모를 회사의 개입을 막기 위한 제보를 받고 있다”며 “사원 측 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하려는 인력을 적발한다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노사협의회 선거는 과거 선거와 비교해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2021년 임금교섭을 놓고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인 이상 사업장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협의체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에 노동조합이 없었던 시절에는 노사협의회가 임금이나 단체협약의 교섭창구 역할을 해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임금교섭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진행했다. 2021년 기본급을 지난해보다 4.5% 인상하는 임금교섭 합의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노조가 조직됐다는 점이다. 노조는 6.8% 인상을 주장하며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규모가 전체 조합원을 대표한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도 모든 직원의 선거를 통해 구성된 노사협의회를 더 적합한 교섭창구로 판단했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가입인원이 2400여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10% 수준에 그친다.
노조도 적극적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기에는 현재 규모가 충분하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노사협의회 위원을 선거로 장악하게 된다면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추가 카드를 손에 넣는 셈이 된다.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노조가 세력을 불리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최주선 사장으로서도 노사협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노조에 더욱 힘이 실릴 수도 있는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최 사장은 2020년 12월 진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돼 올해가 임기 첫 해다.
삼성전자에서 메모리사업부 D램설계수석, D램설계팀장, D램개발실장 등을 지냈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미주총괄을 역임했던 반도체 전문가다.
최 사장이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이 1년으로 디스플레이사업 관련 역량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패널 등 중소형패널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디스플레이사업도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여기에 노사관계를 잘 관리하는 과제도 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4~7일 진행한 쟁의활동 찬반투표는 91.4%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14일 삼성디스플레이의 2021년 임금교섭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려 노조의 쟁의권에 합법성까지 더해졌다.
지금까지 삼성계열사에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전례는 없다. 대표이사 임기 첫해부터 노사문제로 명예롭지 못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최 사장으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직원 측 노사협의회 위원 선거는 회사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임금 문제는 노조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교섭을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