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보툴리눔톡신업계 일각에서는 베인캐피탈이 현시점의 휴젤이라면 투자금의 2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분 매각을 모색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통상 사모펀드는 투자한 지 3~5년 뒤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게 일반적 모습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3일 베인캐피탈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손잡고 휴젤 지분 전량을 지분 가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최대 20억 달러(2조2천억 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베인캐피탈이 세운 법인 ‘Leguh Issuer Designated Activity Company(LIDAC)’는 휴젤 지분 42.9%(535만5651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20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의 가치가 1조497억 원 수준에 이른다.
베인캐피탈은 법인 LIDAC를 설립한 뒤 2017년 4월 9275억 원을 들여 휴젤의 경영권과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베인캐피탈이 휴젤 지분 전부를 매각하면 손 대표가 교체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손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하지만 손 대표가 베인캐피탈이 휴젤을 인수한 2017년 4월 이후인 2018년 1월에 휴젤 대표집행임원에 올랐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현재 휴젤이 해외 보툴리눔톡신시장에 진출하며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주주가 바뀌더라도 손 대표가 그대로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휴젤은 올해 1분기 매출 638억 원, 영업이익 295억 원을 올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4.7%, 영업이익은 139.3% 각각 증가했다.
손 대표는 2020년 10월 보툴리눔톡신 제품 '레티보'의 중국 품목허가 취득 기념 온라인 간담회에서 “2021년에는 유럽, 2022년에는 북미시장에 진출해 세계에서 가장 큰 보툴리눔톡신 시장 3곳 진출을 마무리하겠다”며 “2025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휴젤은 베인캐피탈에 인수된 후 해외 보툴리눔톡신시장 진출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휴젤은 2020년 10월 한국 보툴리눔톡신기업으로는 처음 중국의 품목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진출했고 유럽과 미국에도 각각 2020년 6월, 2021년 3월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등 해외에 나갈 나라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일했던 직원을 고용해 휴젤의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인캐피탈이 휴젤을 인수한 이후 지분 매각설이 제기된 것은 그동안 여러차례 있었다.
베인캐피탈은 2020년 3월에는 특별관계인이었던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 우호적 관계를 종료했는데 이를 두고 보툴리눔톡신업계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앞서 2019년 7월에는 LG생활건강이 휴젤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공시를 내기도 했다.
휴젤은 유럽과 미국 보툴리눔톡신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해외진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에 인수된다면 기업가치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손지훈 휴젤 대표집행임원은 2020년 1월에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베인캐피탈의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베인캐피탈은 그동안 기업지분을 매각할 때 더 경쟁력 있는 회사에 넘겼다”며 “휴젤만의 중장기계획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